[매일일보]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이 다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북한의 정치적 후원국이지만 책임 있는 강대국이 되려는 목표가 있어 국제사회의 시선을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중국이 유엔의 북한 인권보고서로 불편한 상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COI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유린이 반(反) 인도 범죄에 해당한다면서 유엔이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위 위원회는 중국 등에 대해 탈북자의 강제송환금지 원칙 준수와 탈북민 보호, 인신매매 관련 피해자 보호, 북한 공작원에 의한 탈북민 납치 방지 조치 시행 등을 촉구했다.
중국은 일단 유엔 보고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인권 문제의 정치화는 한 국가의 인권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COI의 보고서 자체에 대해 반대했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난민이 아니라 불법 입국한 조선인(북한인)으로, 불법 입국자에 대해서는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한다"며 COI의 탈북자 강제송환 금지 촉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국과 북한 문제에 정통한 일부 학자는 유엔 보고서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책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정치적 후원국인 중국은 자신의 동북 국경선에서 평온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에 따라 COI의 보고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올라가도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가정적인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유엔 보고서가 북한의 인권 상황과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과 같은 주장을 했다.
유엔 보고서가 고립 심화, 경제 개혁과 핵 프로그램 해체 기피 등을 초래해 북한의 편집증적 성향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왕성(王生) 지린(吉林)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북한이 인권에 대한 비난을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핑계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이는 북한을 더 폐쇄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인권보다 비핵화의 진전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중국이 북한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전통적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이른 시일 내에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중국이 계속해서 북한 정권을 지원하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가 손상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 자리 잡으려는 노력도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북한의 도발 행위를 비난했고 지난해에는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찬성하기도 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