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 마약' 피해 확산에도 법 사각지대 방치 여전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지난 2023년부터 마약류 확산이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쏟아졌지만, 가결된 법안은 30% 수준에 불과해 법망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17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2022년~2024년)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발의된 60건 중 대안 반영 및 폐기를 제외한 원안·수정 가결 기준 통과된 법안은 8건(13.3%)에 불과하다.
상당수 법안들이 소관위 접수 또는 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인 가운데 마약류 투약으로 인한 치료·재활 시설 수요는 급증하고 있고, 불법 마약류 유통과 관련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반입·유통 경로는 더욱 대범해지고 있다. 지난해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2023년 7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적발된 마약 밀수는 170만6061g(시가 8106억원)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활성화된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해외 여행자들이 밀반입하다 적발된 사례는 전년 밀반입 총량보다 66.4% 많았다.
서영석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소위 '클럽 마약'으로 일컫는 의료용 마약류 '케타민'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서울 강남구 소재 의원에서만 78만명에 달하는 환자가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작년 한 해 동안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총 1만7817명(경찰청 국가수사본부·관세청 통계)으로 전년 대비 43.8% 증가한 동시에 5년 내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관계부처는 마약류 유통 및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에 나섰다. 마약 중독자를 적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치료 보호기관에서의 판별검사 및 치료 보호에 드는 비용을 국가 및 지자체가 부담하는 내용이 담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도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타거나 투약하게 하는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여전히 없다는 점은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지난 2018년 검찰의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 136명 중 마약류임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타의로 약을 시작하게 된 경우는 전체의 12.5%에 달한다.
이른바 '퐁당마약'으로 불리는 해당 행위는 최근 '대치동 학원가 시음 음료 사건'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됐지만 처벌 조항을 명시한 법 개정안들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인 실정이다.
현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만 총 6건으로,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타인의 의사에 반해 마약을 투약 또는 제공하는 행위를 한 자를 가중 처벌 및 3년 이상 유기징역)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3년 이상 유기징역)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3년 이상 유기징역 및 피해자의 치료보호 명시)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2년 이상 유기징역)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중처벌)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가중처벌) 등이 대표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