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새 국보법 제정 추진 등 탄압 지속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홍콩 법원이 지난 2019년에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12명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홍콩은 현재 민주화 인사 탄압과 동시에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시민에게 최대 종신형을 처분할 수 있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6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홍콩 법원은 2019년 의회인 입법회 청사를 점거해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배우 그레고리 웡과 민주화 운동가 벤투스 라우, 오웬 차우 등에게 4년부터 6년 10개월까지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홍콩의 중국 반환 22주년이던 2019년 7월 1일 밤 의회로 몰려들어 청사를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러나 혐의에 비해 형량이 과도하고, 특히 시위 현장에 단 5분 머물렀던 그레고리 웡 역시 6년 2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으며 홍콩의 민주화 인사 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홍콩 지방법원 판사는 "웡이 청사에 있었던 시간은 5분도 채 안 됐지만, 시위 참가 사실이 희석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보도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던 언론인들도 처벌됐다. 홍콩 법원은 함께 기소된 전직 기자 2명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하지는 않았지만, 1000~1500홍콩달러(약 17만~25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9년 벌어진 홍콩 민주화 운동은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 제정을 추진하며 발생했다. 해당 법안은 홍콩 정부가 중국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시민들은 정치적 탄압을 목적으로 민주화 운동가들을 중국으로 인도할 것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2019년 시위 당시 참여한 시민들은 홍콩 인구의 1할이 넘는 10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철회됐지만 홍콩 정부는 이후 2020년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개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화 운동가의 외신과의 인터뷰 역시 외국 세력과의 결탁 혐의로 처벌한 바 있어, 대표적인 인권 탄압법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현재 홍콩 정부는 해당 국가보안법을 더욱 강화한 새 국가보안법을 추진하려는 계획이다. '외국 세력'의 정의를 외국 정부와 정당, 국제기구, 외국 기업 경영진 등으로 대폭 확대하고 외국이 중국을 무력으로 침공하도록 선동하는 행위 등을 반역죄로 규정해 무기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민주화 운동가들이 대부분 처벌되거나 망명한 상황에서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낮고, 국회인 입법회도 친중 인사들이 장악을 성공한 상태로 연내 법안 통과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홍콩은 2020년 6월 중국이 제정한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래 인권에서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면서 "홍콩판 국가보안법의 입법은 홍콩에서 탄압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당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며 홍콩에서 철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