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지원금 초반 혼선…통신시장 경쟁 촉진 효과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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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지원금 초반 혼선…통신시장 경쟁 촉진 효과 '글쎄'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4.03.18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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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0만원' 공표했지만 현실은 3~10만원선…지원 모델도 한정
전산 시스템 미비로 현장 혼란 가중…알뜰폰 육성 기조와도 엇박
18일 서울 종로구 한 단말기 대리점 입구에 전환지원금 지급 관련 안내가 부착된 가운데 한 소비자가 대리점주와 단말기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번호이동 시 지급하는 전환지원금 제도가 지난주부터 시행됐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겠다던 당초 정부 발표에 못 미치는 금액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에 따른 고시 제·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지급한다. 통신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요금제와 휴대전화 단말기 기종에 따라 3만원~13만원까지 전환지원금을 책정했다. 프리미엄폰에는 요금제별로 차등 지급했고, 중·저가폰에는 차등을 두지 않았다.

전환지원금을 가장 많이 책정한 곳은 KT로, 단말기 10종에 5만원~13만원을 지원한다. SK텔레콤은 단말기 7종에 요금제별로 5만원~12만원을 책정했다. LG유플러스는 아이폰15 프로와 갤럭시 Z플립5·폴드5, 갤럭시 A24 등 단말기 4종에 3만원~10만원을 지원한다. 소비자는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 조합을 통신사별로 비교해본 뒤, 선택약정 할인과 비교해 유리한 쪽을 고르면 된다.

하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당초 정부가 정한 지원금 상한선 50만원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인 데다가 지원 모델 수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고객 수요 및 시장 경쟁 상황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지원금을 책정했다는 설명이다. 전환지원금은 의무가 아닌 허용 범위여서 지원금 규모 자체는 통신사들의 재량에 달려 있다.

현재 통신 3사 중 최신 단말기인 갤럭시S24 시리즈에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는 곳은 KT 뿐이다. 최대 전환지원금인 8만원을 받기 위해선 13만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환지원금 도입이 통신비 경감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현재로썬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주말 서울 성북구의 한 단말기 대리점에서 만난 최모(57)씨는 "전환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에 갤럭시 S24 울트라를 구매하려고 왔는데 막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더라"며 "다양한 옵션으로 계산해 봤더니 선택약정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었고 가격대도 거의 비슷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전환지원금 처리를 위한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차입 내역 등 서류 작성 절차가 수기로 진행될 예정인 데다가 시장 상황에 따라 지원 규모도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 역시 전산 시스템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방통위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고 조기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감도 있고,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부족한 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책 방향에 최대한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서 지원금 적용 단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전산 시스템 개발이 늦춰진다 해서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시행령이 알뜰폰 육성 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신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전환지원금을 늘리면 알뜰폰 이용자의 이탈이 늘어나면서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측은 "이번 개정안으로 통신 3사의 과점 구조가 더 강화할 것"이라며 "그동안 알뜰폰 사업자들의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한 노력들은 물거품이 되고 알뜰폰 사업이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시장상황점검반을 운영해 전환지원금 제도 조기 안착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해 방통위, 통신 3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으로 점검반을 구성·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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