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00만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이 온몸으로 아프고 온몸으로 사랑한 날들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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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100만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이 온몸으로 아프고 온몸으로 사랑한 날들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3.21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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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인 것은 이제 환자라는 걸 즐기는 지경까지 왔다는 것이다”
- 100만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 양유진이 처음 고백하는 난치병 ‘루푸스’ 투병
- 오롯한 진심으로 당신에게 건네는 유쾌하고 담백한 응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누군가의 오랜 아픔을 마주하는 일이 이토록 환하고 유쾌할 수 있을까? 마냥 해맑게 자랐을 것만 같았던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 양유진의 첫 투병 고백 이야기다.

틱톡과 유튜브 채널 ‘빵먹다살찐떡’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다정한 웃음을 선사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난치병 ‘루푸스’(만성 자가면역 질환) 투병을 고백한다. 작은 방에서 홀로 찍었던 영상이 많은 이들에게 닿아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기까지 괜스레 이야기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아픔을 책에 조심스럽게 담아냈다.
10년 동안 난치병 환자로 살아오며 생사의 갈림길마다 자신을 일으켜 세운 사람들의 털털하고도 다정한 사랑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한 동기다. 남모를 아픔으로 남들과 조금은 다른 길을 가야 했던 어린 날, 삶의 곳곳에서 나타나 삶의 방향과 태도를 가르쳐준 사람들을 위해, 또 자신이 받은 응원을 누군가에게 다시 돌려주기 위해, 저자는 용기를 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갑자기 불쑥 꺼낸 진지한 이야기에 멋쩍은 분위기가 될까 봐, 인기를 얻었다고 책을 내는 모양이 될까 봐, ‘빵떡’ 양유진은 밤을 지새우며 글자를 지우고 또 지우며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자신의 진심을 담았다.

그 진심 가득한 이야기들 속에서, 저자의 내면에 섬세하게 자리 잡은 수많은 사람이 선명하게 기록된다. 고층 항암 병동에서 입원했을 때 마주한 ‘갱스터 할머니’에게 꿋꿋한 삶의 태도를 배우고, 여행 중에 만난 동네 할아버지에게 고민의 힌트를 얻는다.

결국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람들과 함께 만든 꿈이라는 것을, 그 꿈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웃는 웃음이라는 것을, 이 책은 담백하고 진솔하게 당신에게 슬쩍 건넨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의 아픔에 대한 고백일 뿐 아니라, ‘나’를 살게 한 수많은 얼굴에 대한 기록이다.

"루푸스라는 친절한 친구는 내 인생의 모든 중요한 순간에 타격을 주었다."
생사의 갈림길을 성큼 넘어온, 양유진의 씩씩하고 유쾌한 투병담


조금 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을 법도 한데, 마음속에 오래 담아온 투병 이야기를 꺼내며 이 책의 저자 ‘빵먹다살찐떡’ 양유진은 털털하게 말문을 연다. 중학교 3학년에 갑자기 난치병이 찾아왔을 때 “이참에 매일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보자”라고 생각했다고 말이다.

나를 보호해야 할 면역 체계가 오히려 나를 공격해 전신에서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위험한 난치병 ‘루푸스’는 다행히 생존율이 90%가 넘지만, 갑작스레 위험한 증상이 발현되는 질병이다.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다 황달부터 발진 등 갑작스러운 증상이 일상을 멈춰 세운다.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해 가벼운 출혈에도 위험하고, 류마티스관절염이나 광과민성증후군까지 따라다닌다.

지금까지도 일상을 위협하는 증상을 겪으며 어린 나이부터 생사를 오가는 위급한 입원 생활을 넘겨왔으면서도 저자는 의연하고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루푸스는 내게 친절한 친구 같았다고.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난치병이 어떻게 ‘친절한 친구’ 같을 수 있었을까? 한창 즐거워야 할 청소년기에 입원실에서 몇 주를 입원하고, 바깥 생활을 하기 어려워 방 안에만 머물러야 했던 날들이 버티기 쉬웠을 리는 없다.

유튜브 ‘빵먹다살찐떡’의 영상을 챙겨보는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자신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이었다고 저자는 너스레를 떨기도 하지만, 이 책에는 저자가 어떻게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투병 생활을 긍정적으로 이겨냈는지를 귀띔하는 진솔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투병을 버티게 했던 것은 바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넌지시 가르쳐준 수많은 사람이었다.

병을 겪는 동안 새로 마주했던 이들의 위로와 배려, 자신보다 훨씬 심각한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굳세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를 저자는 온몸을 통해 느끼고 배워나갔다.

“아프기 싫은 사춘기 소녀의 마음과 엄마의 사랑이 쾅쾅 부딪”쳤던 예민한 어린 시절부터, 저자는 점차 사랑과 긍정의 힘을 깨닫기 시작했다.

온통 아픈 자신에게만 신경이 쏠려 있을 법한 시간, 저자는 타인에게서 삶을 깨끗하게 배우고 담백하게 소화하며 자신의 병을 점차 이겨냈다. 사람을 통해 배우고 사람을 향해 나아갔던 지난 투병의 기록이 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고층 항암 병동의 갱스터 할머니
병실 커튼 너머로 배운, 굳건하고 의연한 삶의 자세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라는 터프한 책의 제목에는, 타인으로부터 배운 씩씩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집약되어 있다. 대학교 1학년, 갑작스러운 복부 출혈로 응급 수술을 받고 고위험 환자들이 입원한 항암 병동에서 깨어나 만나게 된 어느 할머니를 저자는 ‘갱스터 할머니’라고 몰래 기억한다.

항암 병동의 환자 중에서도 가장 증상이 많았던 ‘갱스터 할머니’는 “얼핏 초라해 보이지만 왠지 모를 단단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고, 누구보다 강인했다. “사람들이 번거로울까 봐 애써 도움을 거절”하고, “주변 사람들이 못되게 굴어도 내 사람이라고 여기”며,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고도 묵묵히 견뎌”냈다. 어쩌면 투박한 ‘갱스터’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뜨거운 의지로 자신의 삶을 ‘쿨하게’ 버텨내는 자세일 것이다.

어떤 원망도 후회도 없이 그저 자신이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며 스스로의 삶을 지켜나가는 ‘갱스터 할머니’와의 만남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였다.

“항암 병동의 한 병실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저자는, 이제 세상 사람들이 각각으로 살아가는 모양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조금 더 홀가분하게 살 수 있게 돕고자 다짐한다.

어쩌면 저자가 마주한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는, 앞으로 난치병과 함께 살아갈 저자의 쿨하고도 씩씩한 미래를 품은 동시에, 묵묵히 자신의 생을 견디며 주변 사람을 보듬는 삶의 모양 그 자체이기도 한 것이다.

"꿈은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다."
입원실에서 키워온, 사람들의 웃음을 위한 '배우'라는 꿈


타인을 통해 배운 삶으로 다시 타인의 삶을 헤아리는 지점에서, 이 책은 꿋꿋한 투병기인 동시에 오롯한 성장담이다. 크리에이터가 되기 이전부터 품었던 ‘배우’라는 꿈을 ‘청춘블라썸’, ‘햄버거학과 23학번’ 등의 웹드라마 출연으로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 또한 저자가 겪은 난치병과 무관하지 않다.

처음 중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변태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으로 처음 품었던 배우라는 꿈은, 홀로 병실 침대에 누워 커튼 너머로 하루에 여섯 시간 넘게 ‘아픔의 대선배들’의 ‘레전드 인생 스토리’를 들으며 다른 방식으로 자라난다.

“다 체념한 듯하지만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 대인배스러운 병실 어른들의 이야기에는 인생의 수많은 감정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었다.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연기라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추억의 위안과 공감의 기쁨을 전달하고자, 저자는 다짐한다.

인생 선배들뿐 아니라, 또래들 또한 배우라는 꿈을 키운 계기였다.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중, 같은 또래의 루푸스 환우의 지친 얼굴을 보며 그들에게 유쾌한 위로를 건네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이후 저자는 아픈 몸을 이겨내며 조금씩 꿈을 향해 나아갔다.

몸이 아파 공연 연습을 소화하지 못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두려워 손이 떨릴 때면,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의 “조진 건 잊으라”는 말을 저자는 기억했다. 이따금 찾아오는 불안감에 A4용지를 꺼내 마음을 모조리 정리해 보기도 하며 저자가 깨달은 것은, 아주 작은 꿈일지라도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소중히 품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받은 사랑의 힘을 기억하고 그 힘을 다시 돌려주는 일, 어쩌면 이것이 바로 저자가 ‘잠도 제대로 안 자면서’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다. 그 길의 끝엔 언제나 사람이 있다.

다홍빛 표지로 직접 그린 터프하고 다정한 사랑
온몸으로 아프고 온몸으로 사랑한, 정답 없는 날들에 부쳐


유튜브 ‘빵먹다살찐떡’ 영상이 누구에게나 거부감없이 밝고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혹 자신의 영상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지 한참을 고민한 저자의 고심이 있다.

“사실 굉장히 예민하고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는, 자신이 아파했던 만큼 다른 누군가가 아파하지 않기를, 자신의 유쾌함이 깨끗하게 전달되기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 왔다. 나의 아픔에만 집중하지 않고, 나의 아픔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크리에이터이자 배우로서 걸어가는 중이다.

아픈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시작했던 ‘미술’이라는 새로운 취미는 저자의 마음을 풀어내는 또 다른 창구였다. 흰 캔버스에 마치 마음의 문을 그려 넣는 것처럼 마음을 풀어냈던 저자는, 이 책의 표지 그림 역시 직접 그렸다. 터프한 다홍빛 붓 터치가 마치 뜨거운 생명력인 듯 칠해진 표지를 열면, 밤을 지새우며 한 글자씩 진솔하게 적어낸 저자의 마음들로 그대로 이어진다.

영상 속에 유쾌하게만 묘사했던 가족들을 향한 진심, 자신을 일으켜 세운 친구들과 반려동물을 향한 진심, 함께하는 팬들을 향한 진심 또한 책에 그대로 담겼다.

그들과 함께 키워온 사랑과 긍정의 힘이야말로, 저자가 긴 투병 동안 ‘나도 모르게 나를 이겨낸’ 동력이었을 것이다. 아픔으로 막막해 답이 없었을 날들은 이제, 나만의 답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정답 없는 날들’이 된다. 씩씩한 마음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사람들의 얼굴은 이미 그 이야기 속에 선명하다.

저자  양유진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이자 배우이다. 그리고 10년 차 루푸스 환자. 배우를 꿈꾸던 연기과 학생 시절, 코로나19를 만나 자취방 원룸을 무대로 영상을 만들어 올리다가 100만 구독자를 위한 ‘방구석 극장’을 완성했다. 3년째, 여전히 아프지만 여전히 말괄량이 같은 일상을 채널 구독자인 '빵쟁이'들과 서로 응원하기도 다그치기도 하며 함께 나누고 있다.

그 누구보다 세상의 속도에 맞춰 따라가고자 했으나 루푸스 환자로서 마주한 난관 속에 수없이 넘어졌다. 그러나 결국 투박하고도 따뜻한 주변의 위로에 힘을 내 자신만의 속도를 유쾌하게 찾아냈다. 이제는 한없이 작았던 자신에게 유쾌함을 선물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3년이 지나서야 처음 용기 내어 이야기한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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