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원색적' 표현···野는 '尹 정부' 비난 반복
지쳐가는 유권자들···"정책 대결을 보고 싶다"
지쳐가는 유권자들···"정책 대결을 보고 싶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서 상대를 향한 여야의 '네거티브' 공세도 격화하고 있다. 여야 수장들은 거침없는 표현을 써가며 경쟁자 깎아내리기에 몰두하고 있는데, 정책과 비전이 실종된 유세 발언에 유권자 피로는 절정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식 선거운동 나흘째인 이날까지 여야 대표들은 격전지를 돌며 자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본 투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여야 대표 유세 발언에 그대로 녹아들며 다소 과격한 표현도 나오는 모습이다. 포문은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열었다. 한 위원장은 지난 30일 경기 부천시 지원 유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민주당 김준혁·양문석 후보 등을 겨냥해 "(이들의) 쓰레기 같은 말들을 정말 불편하지만 한번 들어봐 달라"며 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와 김 후보의 과거 막말과 '편법 대출' 논란에 직면한 양 후보를 직격한 것이다. 이는 이틀 전 서울 신촌 집중유세에서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야권을 싸잡아 비난한 것에서 한 발 더 간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한 직후 야당에 대한 공세를 높인 것인데, 정치권에선 평소 언행을 가려 하는 한 위원장이 한 말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 29일 유세에선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격정 발언'에 반응한 민주당의 네거티브 유세도 절정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재명 상임선대위원장은 전날 조재희 송파갑 후보 유세 지원에서 "제가 정치인을 머슴이라고 하니까 비하 아니냐고 하는데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구청장, 시장까지 좀 비하해도 된다"며 "머슴이 뭐가 기분 나쁘냐"고 했다. 이어 박성준 중·성동을 후보 유세장에선 "(대통령이) 국민들 염장을 지르고 있다.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말에 공감이 가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중앙선대위도 한 위원장의 발언을 거친 표현으로 맞받아쳤다. 강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쓰레기란 말 그렇게 입에서 함부로 꺼내는 것 아니다"며 "한 위원장 입이 쓰레기통이 되는 걸 모르냐"고 꼬집었다. 여야가 대부분의 유세 발언을 상대 진영 비난에만 몰두하는 상황에 유권자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정책과 비전 경쟁이 돼야 하는데, 이런 요소들이 네거티브 경쟁에 매몰돼 주목받을 틈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이재명 대표의 류삼영 동작을 후보 지원유세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시끄러운 것도 짜증 나는데 그게 상대방 깎아내리는 말밖에 없으니 더 힘들다"며 "이러니 일반 시민이 정치를 싫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을 무당층이라고 소개한 송지혜(30)씨는 "당이 아닌 정책 경쟁력을 보고 투표하려고 했는데 상대방 욕밖에 안 한다"며 "투표 안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