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제물, 정부는 방관… 醫·政 갈등 속 총선만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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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제물, 정부는 방관… 醫·政 갈등 속 총선만 집중
  • 이용 기자
  • 승인 2024.04.0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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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14만 회원·국회의원 후보자 의사 출신 16명, ‘총선 변수’ 되나
윤석열 대통령·조규홍 장관, 의료개혁 추진 의지 변함 없어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이 장기화된 가운데,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0일 치러지는 총선만 바라보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불편을 겪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1일 의협에 따르면, 차기 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 당선인은 정부의 의대증원 철회와 대통령의 사과를 끌어내기 위해 향후 의협 투쟁 방향을 정치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를 활용해 의료계의 입장을 호소하겠단 설명이다. 임 당선인은 "의사는 도둑놈, 사기꾼, 부도덕한 존재, 이기적인 집단 이런 프레임을 씌우는 나쁜 분들이 있다"면서 "이런 정치행위가 지속될 때는 타겟으로 삼아 우리가 진료현장에서 만나는 국민들한테 적극 설명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종의 낙선운동’이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고 엄포한 바 있다. 의협이 가진 회원수를 따져본다면, 임 당선인의 경고엔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다.

2017년 기준 의협 회원 수는 10만1618명이다. 최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회원 수를 14만명이라고 부연했다. 만약 현재 회원 수를 14만명이라고 가정하면, 이는 서울시 서초구 갑(14만8485명)과 평택시 갑(14만2382명)의 유권자와 비슷한 규모다. 몇백표 표차로도 당락이 결정되는 투표 특성상, 전국의 의협 회원이 특정 정당에 몰표를 준다면 의원석 두 세개는 충분히 가져올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회원 친인척과 지인까지 정치적 움직임에 동참한다면, 최소 2~3배 가량의 유권자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총선에 의사 출신 후보자가 포함된 것도 변수로 꼽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최종 등록된 22대 국회의원 후보자 명단을 살펴보면, 의사 출신은 16명이다. 그 중 지역구 출마 후보자는 9명, 나머지 7명은 비례대표다.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안철수 후보마저도 증원 규모를 조정하는 융통성을 보이자고 주장하는 중이다. 의사 대부분은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이들의 움직임이 총선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교수의 근무 축소가 시작되는 1일에도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엔 변함이 없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의료공백의 책임을 의료계로 돌렸다. 조 장관은 "의사협회는 국민 눈높이에 벗어나는 과격한 주장을 철회하고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주기 바란다"며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와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의료계가 대표성 있는 대화창구를 조속히 구성해 달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을 완수할 것이라 못 박았다. 당초 이번 담화에선 ‘2000명’이란 증원 숫가가 어떻게 산출됐는지 설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은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확실한 근거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증원을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최소 1만명 이상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2000명은 의사 인력 수급 추계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사 증원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거꾸로 국민 목숨이, 국민 목숨의 가치가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증원을 결정하기 전까지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를 진행했다고도 덧붙였다. 의료계가 참여하는 다양한 협의체를 통해 총 37차례에 걸쳐 증원 방안을 협의했으며,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간 협의체에서는 19차례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 의료계와의 대화를 당부했지만, 협상이 이뤄질 만한 조짐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전공의와 의대교수 단체는 정부의 의대증원 철회를, 의협은 대통령의 사과와 복지부 장관의 사퇴가 이뤄져야 대화에 응하겠단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의협의 발언에 대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각 진영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건 만큼, 일각에선 사실상 협의 의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S대 병원 의사는 "국민 여론이 집단행동에 나선 의료계에 부정적인 만큼,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의 강경책에 물러서지 않겠단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정갈등 해소의 공을 정부에게 돌린 의협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도 의료계에 책임을 돌렸다. 윤 대통령은 "더 타당하고 합리적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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