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봄은 회복과 생명의 계절이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생기로 가득 차는 시간이며, 아팠던 지난날은 뒤로하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꽃피우는 시간이다.
화자는 현 시대를 향해 ‘이 땅에 공의가 물처럼 흐르고 있는가?’(정의(正義)를 하수(河水)같이)라고 의문을 던지며 분노한다. 사람들은 번듯한 옷차림새와 건물에 연연하고, 높은 뜻에 따르기보다는 권력과 재물의 종이 되기를 자처한다. 이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끝없이 생기고, 그를 지켜보는 화자의 마음에도 깊은 상흔이 생긴다.
화자는 ‘들꽃’처럼 보아 주는 이 없어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향기를 퍼뜨리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시집의 주요 소재인 ‘들꽃’은 사랑, 인내 등을 상징함과 동시에 이상적인 존재를 의미한다.
‘野花今愛’ 연작에서는 화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존재로서의 ‘들꽃’을 묘사하고 있다. ‘野花今愛 2’에서는 ‘아무도 받아 주는 이/없어도// (중략) //향기 날리며/사랑을 고백합니다’라고 말한다.
사랑의 고백이 주변의 반응이나 대상에게 의존하지 않고, 단순히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무도 없는 들판을 묵묵히 지키는 들꽃처럼 주변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바른길을 걸어 나가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봄볕에 웅크리고 있던 꽃봉오리가 피어나듯 험난한 세상에서 사랑과 의로움이 살아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검정고시 공부하려고 신문을 팔던 소년이 어엿한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말없이 빵을 사주던 신사와 같은 누군가의 인정 때문이었다. 소리 없이 다가와 몸을 덥혀 주는 봄볕처럼 이 시집을 읽으며 마음속 온기를 충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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