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현장] 강남을 '보수 아성' 흔들리나···"그래도 국민의힘" vs "이번엔 정권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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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현장] 강남을 '보수 아성' 흔들리나···"그래도 국민의힘" vs "이번엔 정권 심판"
문장원 기자
승인 2024.04.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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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지 흐름 속···정권 심판 여론 '들썩'
"끝까지 국민의힘" vs "야당에 힘 실어 줘야"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서울 강남을이 심상치 않다. 높은 정권 심판론의 파도 속에서 굳건해 보였던 보수 여당의 아성이 흔들리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6대 총선 이후 20대를 제외하고 국민의힘 계열 후보들이 줄곧 당선됐지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토 정서로 더불어민주당의 재탈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강남을에서는 보건의료행정 전문가인 흉부외과 전문의 강청희 민주당 후보와 경제 전문가로 전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를 지낸 박수민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다.
<매일일보>가 3일 이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윤석열 정부를 끝까지 밀어줘야 한다는 입장과 실망감 사이에서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여당을 지지하는 흐름 속에서 전국적으로 높은 '정권 심판론'의 파고가 강남을 민심도 출렁이게 만든 분위기였다.
탄천공원에서 만난 60대 박모씨(여)는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며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건데 바로 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에 주위에서 민주당 찍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나라도 끝까지 국민의힘을 지지할 생각"이라며 "안정적인 의석이 되면 윤 대통령도 잘할 것"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50대 정모씨(여)도 거들었다. 정씨는 "우리는 그래도 국민의힘"이라며 "이 지역 발전과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보수당이 힘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물을 보고 찍겠다는 시민들도 만날 수 있다. 수서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40대 김모씨는 "국민의힘 후보가 경제 쪽으로 전문가라서 더 마음에 든다. 민주당 후보는 의사 출신이라 똑똑하겠지만 경제는 잘 모를 것 같다"며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 전문가가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지역 발전에도 그쪽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정부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공직에서 은퇴했다는 70대 김모씨는 "솔직히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지만 그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싫어서 찍은 것"이라며 "이렇게 정부 운영을 못 할 줄 몰랐다. 다음 대선은 모르지만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와 채 상병 순직 사건이 결정적이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밀어붙일 때가 있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 정부는 그런 게 없다"며 "채 상병 사건은 보수라면 정말 용서하기 힘든 일"이라고 질타했다.
탄천에서 만나 수서동 주민 60대 주민 오모씨는 이른바 '대파 한뿌리' 발언을 한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후보를 거론했다. 오모씨는 "진짜 기가 막혔다. 수준이 그거밖에 안 됐나 싶었다"며 "동네 아줌마들도 다 아는 얘기를 하는데 우리를 바보로 아는 것 같다"고 했다. 오씨는 "우리 세대야 뭐 이제 얼마 안 남았지만, 후대를 생각해야 하지 않나"라며 "이제는 야당에 힘을 실어줄 때가 됐다"고 했다.
국정 운영의 실패에도 노골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기류에 대한 성토도 있었다. 수서역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강남은 진짜 색깔 구분도 못 한다. 잘하든 못하든 빨간색(국민의힘)이라면 무조건 좋다는 인식이 문제"라며 "매번 당하고도 정신 못 차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민주당 후보도 괜찮아 보이고 제대로 심판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권 심판과 지역구 발전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부동산업을 하는 50대 최모씨는 "지역구는 국민의힘을 뽑고,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이나 개혁신당을 찍을 생각"이라며 "지역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여당이 당선돼야 한다. 비례에서는 어느 정도 야당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씨는 "민주당 계열 비례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안 찍을 것"이라면서도 "보수인 개혁신당 쪽에 조금 더 마음이 간다. 조국혁신당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주민도 있었다. 일원동에서 사는 전업주부 50대 이모씨(여)는 "정권 심판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며 "여당도 못 하고 야당도 마음에 안 든다. 후보들 공약도 거기서 거기라서 투표일까지 계속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지역 여론조사는 딱 한 차례만 실시됐다. 지난달 18~19일 여론조사꽃이 자체 실시한 조사에서 강 후보 32.8%, 박 후보 35.7%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9%p로 강 후보와 박 후가 초접전 양상이다(무선전화면접, 507명, 응답률 14.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