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 경청
‘온건 발언’ 의사 단체 관계자, 내부 비난으로 사퇴까지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를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의정 모두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일부 의료인들은 정부와의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잡음은 지속될 전망이다.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4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번 만남에 대해 “대전협 비대위 내에서 충분한 시간 회의를 거쳐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가 이뤄진 배경에 대해선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지난 2월부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주장해 왔다.
이번 만남은 용산 대통령실서 135분 간 진행됐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박단 위원장은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대통령은 이를 경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의정갈등의 시발점이었던 의대 증원에 관해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의료계는 전공의 단체와 윤 대통령의 만남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에게 만남을 제의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부 의료인은 박 위원장과 대전협이 의료계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정부와의 대화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전공의인 류옥하다 씨는 4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윤 대통령과 박단 위원장의 만남은 '젊은의사(전공의, 의대생)'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위원장과 11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전날(3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선 정부에 ‘조건 없는 만남’을 제시한 조윤정 홍보위원장이 내부 반발로 사퇴했다. 이에 따라 조 위원장이 맡아 거의 매일 진행됐던 브리핑도 중단됐다.
조 위원장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박단 대전협 대표에게 부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그분은 우리나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다. 그분이 박 대표를 초대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 보라"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화답했고, 오늘 대전협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그러나 전의교협 내부에서는, 전공의 단체가 앞서 제시한 요구 조건이 있는데도 조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조건 없는 만남'을 공식적으로 브리핑했다며 논란이 됐다. 이후 조 위원장은 사퇴했으며, 전의교협은 "해당 브리핑 내용은 전의교협 소속 전체 교수들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전국 20개 의대가 모인 전국의대교수비대위 방재승 위원장은 지난달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고 대화한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교수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다음날 재신임됐다.
이번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 회견에서 긍정적인 해결책이 도출돼도 전공의, 의대교수, 의협, 의대생 단체가 여전히 각자 목소리를 내는 만큼 당장의 의정 갈등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