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사협회, ‘정치질’보다 국민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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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사협회, ‘정치질’보다 국민 우선해야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4.04.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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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이 최근 ‘국회 의석 수 30개’를 운운하며 청치권을 위협했다. 임 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댔던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 총파업과 관련 “법적 검토를 마쳤다”며 “전공의나 교수, 학생 중 하나라도 민형사상 불이익이나 행정처분을 받는 불상사가 벌어진다면 가장 강력한 수단을 써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의석 수로 여당을 압박해 정부에 증원 ‘백지화’를 관철시키겠다는, 이는 뻔히 수가 들여다 보이는 저급한 정치 행위다. 의사협회의 최종 목적이 정치 권력의 획득인가. 선를 넘어도 이는 지나치다. 정부가 타협의 가능성이 열려 있으니 제안해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도 안하무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등 의료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면서도 대화의 여지는 남겨 뒀다.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통일된 안을 가져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조정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대통령실은 담화 이후 “2000명이 절대적 수치라는 입장은 아니며 숫자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고 윤 대통령의 말을 설명했다.

정부는 논의 의지가 강하지만 의료계가 마음을 열지 아직 미지수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의료 관련 입법활동 조사’ 보고서를 보면 의사협회는 20·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 관련 법안 중 734건에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80%에 달하는 585건(79.7%)에 반대 의견을 달았다. 찬성은 103건(14.0%)에 불과했다. 의협이 반대한 585건 중 438건(74.9%)은 폐기됐거나 계류 중이고 나머지 147건(25.1%)은 가결됐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것만 추진해도 제대로 된 의료개혁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민과 정치권을 협박을 하기보다 먼저 의료계 내부의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고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자신들의 밥그릇만을 지키겠다는 집단 이기주의는 작금의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다. 지속되는 의료 공백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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