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前의협 회장 "야당 이긴 것이 아니고, 보수 여당 스스로 진 것"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 여당의 총선 참패를 두고, 의료계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이 빚은 참사라고 지적하며, 정책을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10일) 출구조사에서 여당이 참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후부터 의료계 핵심 인물들이 ‘국민의 심판이며, 예상했던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은 “비대위 차원의 공식 논평 여부와 내용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협회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결과는 절차를 무시하고 비민주적으로 의료정책을 밀어붙인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전날 저녁 SNS에 “예상했던 대로 국민의힘은 대패했다”며 “보수 파멸은 윤 대통령에 의해 시작됐고 국민의힘과 ‘자유의 가치’를 외면하거나 무지했던 보수 시민들에 의해 완성됐다”는 글을 올렸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의 야당이 이긴 것이 아니고 윤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보수 여당이 스스로 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대증원 반대를 위해 정치적인 움직임도 불사할 것이라 선언한 바 있던 주수호 전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번 총선 참패는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 그 가족들을 분노하게 한 결과”라며 “‘누가 누가 더 못하나’의 결과는 예상대로 국민의힘의 참패인 듯하다. 뿌린 대로 거둔 것. 그럼에도 분명한 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대부분 국민의힘을 찍어 왔던 의사와 그 가족들의 표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국민들이 정부의 증원 정책이 ‘불통’이라는 것에 공감해 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정부가 당연한 결과를 받아들여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선에 앞서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를 활용해 의료계의 입장을 호소하겠단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현재 입장이 없다고 답변했다.
임 당선인은 과거 "의사는 도둑놈, 사기꾼, 부도덕한 존재, 이기적인 집단 이런 프레임을 씌우는 나쁜 분들이 있다"면서 "이런 정치행위가 지속될 때는 타겟으로 삼아 우리가 진료현장에서 만나는 국민들한테 적극 설명하려 한다"는 선거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S병원 전공의는 “의사 전문 커뮤니티에선 총선 전부터 의대증원 문제로 국민의힘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의사들이 꽤 있었다. 또 전날에는 기호 1번 민주당을 찍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타났다”고 답했다.
이번 총선으로 또다시 ‘여소야대’가 지속되며, 정부가 추진하던 의대증원 정책의 명분이 퇴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