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일각 동조 움직임···尹 거부권 부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 압승으로 끝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특검법 추진도 다시 동력을 얻는 분위기다. 야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법' 등의 즉결 처리를 대통령실과 여당에 요구하면서, 당장 5월 국회부터 대대적인 '특검 정국'이 시작될 조짐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직후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계속해 압박하고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총선의 민의를 받들어 반성하고 있다면 채 상병 특검법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며 "특검법에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은 단호하게 윤석열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선대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민석 의원도 전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채 상병 특검법은 너무 당연하고 미루고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 국회 임기 안에 빨리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SNS에 "정권 심판의 가장 큰 이유는 채 상병 특검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을 22대 국회로 넘기지 않고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오는 5월 2일 본회의를 열고 당일 채상병 특검을 처리할 계획으로 이미 여당과 임시회 일정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이번 총선을 통해 단숨에 원내 제3당으로 부상한 조국혁신당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특히 벼르는 모습이다. 조국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해 조사하라"며 "이것은 조국혁신당의 요구가 아니라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22대 국회 개원 즉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특검법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및 명품백 수수 의혹 외에도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따른 김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이들의 특검 요구는 여당 일각의 찬성 여론에 힘입어 더 큰 추진력을 얻는 형국이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에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냈고,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선인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우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범야권 의석이 재의요구권(거부권) 무력화(200석) 턱밑인 192석에 이르는 점, 벌써부터 여당 일부 당선인들이 특검에 찬성 의사를 밝히는 점에 비출 때 윤 대통령이 과거처럼 거부권을 남발하긴 어려울 거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임기 전체를 거야(巨野)와 마주한 윤 대통령으로선 국정 운영을 위한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라도 특검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