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 대통령의 4‧10 총선 참패 이후 밝힌 첫 입장을 들으며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기 3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여당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그동안의 국정 운영 방향 '재점검' 또는 '전환 검토' 수준의 이야기는 해야 했다. 실제로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총선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그간 국정 운영 방향은 "옳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총선 민의는 국정 운영의 재점검인데 대통령은 이게 옳다고 하니 듣는 사람이 황당하지 않겠나.
대통령의 말처럼 국정의 최우선이 민생이고,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입장에는 공감한다. 문제는 정말 그렇게 정부를 운영했는가이다. 예산과 정책에 집중해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고 하지만 소비자 물가지수는 2002년 이후 100을 넘어섰고, 2023년에는 111을 넘어선 상황이다.
2024년에도 물가 상승률은 낮아지고 있다는 지표는 없다. 정부는 도대체 어떤 정책으로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윤 대통령이 자랑스러워하는 건전재정의 의미도 무엇인지 불투명하다. 지난해 재정 지표를 보면 건전재정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감세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이번 정부의 노력으로 원전 수출 등의 성과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내 기업의 투자를 이야기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심판을 받게 된 원인으로 꼽히는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 등은 왜 입을 닫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다중의 군중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사전 안전 대책으로 무엇을 수립했고, 군 내 수사에 관해 특정인의 기소 의견이 왜 중요한 것인지 말이다.
참혹한 국민의 중간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무엇을 어떻게 고치겠다는 오답 정리가 되지 않는 정부를 계속 믿어야 하나 싶다. 물론 인적 쇄신도 남아 있고 당정 관계 재정립에 대한 어떠한 행동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보면 대통령이 달라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사이 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국민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총선 결과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불안하다는 국민의 불안감과 우려,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국민의 불안이 끝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을 살아갈 내일의 세대는 추락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의 불안한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정부의 2년을 돌아보면 내일을 준비할 역량이 사실상 없다는 것은 확인됐다.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을 지속하는 지금의 정부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끝없는 추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 벌써 총선 당선자 중 누군가는 4년 중임제를 기초로 하는 임기 단축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만큼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라는 방증이다.
정부가 변화를 거부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국정 운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하고 싶은 것이 없다면 이제는 멈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