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홍콩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및 반감기(공급량 절반 감소)에 대한 기대에도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 의해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5만9859.68달러에 거래되며 6만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6만4000달러 이상까지 뛰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소식이 전해진 뒤 급락한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6만달러선 아래로 떨어지며 5만9648달러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올라섰다.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28일 이후 약 50일 만이다.
반감기를 앞두고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잇단 악재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반감기는 새로운 코인의 공급을 줄이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에 긍정적인 촉매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으로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대외적 약재로 영향을 받았다.
이란은 지난 13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미사일과 무인기 등을 동원해 사상 첫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고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후 지난 18일에는 이스라엘이 발사한 미사일들이 이란 내 장소를 타격했다고 ABC 방송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 미사일들이 이란의 한 장소를 타격했다고 미국 당국자가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으로 오는 6월 예상됐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하락세가 지속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지표는 견조한 성장과 지속적으로 강한 노동시장을 보여준다”며 “동시에 올해 현재까지 2% 물가 목표로 복귀하는 데 추가적인 진전의 부족(lack of further progress)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수준을 필요한 만큼 길게 유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노동시장이 예상 밖으로 위축된다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당한 완화 여지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진전을 보일 때까지 현 5.25∼5.50%인 기준금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물 ETF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한 상황에서 금리와 전쟁 등의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당초 비트코인은 홍콩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기대를 받았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 15일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 화샤기금(ChinaAMC)과 하비스트(Harvest) 펀드운용, 보세라 자산운용·해시키캐피털의 합작 기관은 각각 별도 성명을 통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홍콩은 지난 1월 미국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는 시장이 됐다.
결국 홍콩의 현물 ETF 승인이라는 호재에도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 하락,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의 영향이 비트코인의 폭락으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자산 헤지펀드인 인디고 펀드 공동 창립자인 나다니엘 코헨은 “반감기가 시장을 움직이는 이벤트가 될지, 아니면 ETF에 가려진 이벤트가 될 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려 한다”며 “여기에 추가적인 거시적 요인인 중동의 긴장이 위험 자산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