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바야흐로 꽃과 녹음이 어우러진 봄이다. 분양시장 최고 성수기로 일컫는 계절이지만 최근 민간 청약 결과를 보면 현실은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청약을 개시한 열에 예닐곱 곳은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고, 그중 절반 이상은 청약률이 10~20%에 그쳤다.
가라앉은 시장 상황상 업체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청약 공고를 낸다곤 하지만, 막상 결과가 바닥을 치고 나면 분위기는 심각해진다. 원도급사와 발주처, 분양업체는 늦어도 준공 전에 미분양분을 털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태세로 전환한다. 준공 후 미분양이 불러오는 후폭풍은 가히 치명적이다. 대표적인 수주 산업인 주택 건설업의 회계 처리 구조를 들여다보면 준공 시점까지 미분양으로 남은 현장 한두 곳이 회사를 송두리째 집어삼키는 괴물로 돌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착공 후 준공까지 몇 년이 소요되는 도급공사는 공정 진행률에 따라 매출과 투입 원가, 공사 이익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미분양이 많건 적건 공사비 미회수에 관한 내용은 분기·반기·연간 손익계산서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또 기존 상당수 주택 도급사업은 시공사가 공사비를 마련한 뒤, 분양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분양불'로 체결됐다는 점은 최근 터지는 미분양이 향후 건설사의 발목을 잡는 날선 덫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