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학과' 쏠림…"인문학 재평가돼야"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지방대는 물론 소위 '인서울' 대학들에서도 학과 폐과와 통폐합이 잇따르는 등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학생들의 공학·소프트웨어 등 이공계 학과 쏠림 현상과 범사회적인 어문·인문학 경시 풍조는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회는 2025학년도부터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에 신입생을 배정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259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 신설 등을 골자로 한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명지대학교 및 명지전문대학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는 철학과를 폐과하는 안을 의결했다. 지난 2022년 말 학교법인 명지학원은 물리학과, 바둑학과, 수학과, 철학과를 폐과하고 사학과는 미술사학과로 통합하는 개편안을 교육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급격한 인구 감소 및 재학생 감소에 대비한 선제 대응과 교육 수요자들의 선호도, 학과별 경제성·실용성 검토 등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소재 대학 학과 통폐합 현황을 보면, 지난 2019년부터 3년간 서울 소재 대학들에서 인문사회 계열 학과 17개가 사라지고 공학 계열 학과 23개가 신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삼육대는 중어·일어학과를 통합해 항공관광외국어학부로 신설했고, 한국외대는 2020년 지식콘텐츠전공·영어통번역학전공·영미권통상통번역전공을 융합인재학부로 통합했다.
반면 공대 학과는 대거 신설됐다. 2021년 한해에만 △고려대 3개 △중앙대 3개 △한양대 2개 △세종대 2개 등이 신설됐다. 상명대에선 핀테크·빅데이터융합·스마트생산 전공 등이 각각 신설됐고 서울여대는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성신여대에선 AI융합학부가 신설됐다.
이처럼 서울 주요 대학들에서 인문계열 축소·통폐합과 이공계 학과 증설이 잇따르는 이유는 기계·첨단·생명공학(바이오) 전공자들의 취업 수준과 연봉이 인문계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인식과 반도체·자동차·전자 등을 위시한 주요 대기업 취업 선호 현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학계에선 인문계열의 경제·사회·문화적 기여도를 재평가하고, 인문학은 '돈이 안 된다'는 선입견이 커지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득구 의원은 "K-드라마와 K-pop 등 한국문화에 대한 파급력이 높아진 이면에는 우리의 인문학이 기반이 된 부분이 있고 한국 관련 학과도 늘고 있다"며 "인문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으로, 폐과나 통폐합이 아닌 인문학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바꾸고 예산 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