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국민의힘이 충남과 서울 등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야권은 22대 국회에서 이른바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안(학생인권법)'을 통과시켜 국민의힘의 조례 무효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2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진보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의회의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가결에 반대하며 26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조 교육감은 오는 29일까지 천막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국민의힘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지난 26일 오후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60명 중 60명의 찬성으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반대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로써 서울은 지난 24일 폐지안을 통과시킨 충남에 이어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두번째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됐다. 이에 전날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조 교육감의 농성장을 방문해 지지의 뜻을 표시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또 자신의 SNS를 통해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인권 역사의 후퇴"라며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한 것은 두고두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부끄러운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학생들은 차별받아도 되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양심과 종교의 자유도 보장받을 수 없고, 학생인권침해 구제 절차는 없어도 된다'는 선언과 같다"며 "수많은 노력으로 일진보해 온 서울의 인권이 후퇴되는 상황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일각에서는 오는 22대 국회에서 학생인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21대 국회에서도 지난달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학생인권법을 발의했지만, 21대 국회가 오는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음 국회에서 조례보다 상위인 법률로 학생 인권을 보장해 지방의회에서의 여당의 독단적 조례 폐지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실제 법안 통과에 있어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학생인권법이 성별이나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학생이 체벌이나 괴롭힘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을 담고 있는데, 일부 교사단체들은 이러한 법안이 학생 인권만을 보장해 교권을 추락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기독교 성향의 정치인들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 종교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선다윗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직후 자신의 SNS에 "당은 달라도 감사한 일"이라며 조례 폐지에 대한 환영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