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에 소환된 토마스 아퀴나스,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말하다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토마스 아퀴나스를 존경하기 위해서 붙여졌던 ‘천사적 박사’, ‘가톨릭교회 최고의 스승’ 등의 명칭이 그가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진보적’인 사상가였는가를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토마스는 새롭게 재발견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그리스도교 전통과 종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용한 학자였다. --박승찬 저자
정신적인 욕망으로 인해 수백 년간 전쟁을 지속하게 만들기도 하는 종교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아닌 평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종교가 그러하건대, 인류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종교 교리에 따라 이방인들과의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종교의 교리를 연구하고 해석하는 학자들은 분명히 자신의 종교를 전쟁의 지주로 삼으라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평화 대신 불안을, 평안보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갈등을 넘어 평화를 추구하다
종교가, 특히 기독교가 처음부터 이런 형태로 시작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핍박받고 고통받는 순례자의 길을 걸어온 기독교 역사에서 그 진리를 탐구하려는 노력은 일찍부터 지속되어 왔다. 그 역사 속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손꼽히는 학자로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꼽을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의 박승찬 교수가 토마스 아퀴나스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여정을 기록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기독교가 중세로 접어들면서 세속과 영적 세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고민한 위대한 성인의 고뇌를 짐작할 수 있다.
21세기북스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서른세 번째 작품인 이 책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삶과 철학에 관한 포괄적인 탐구이며, 그의 역사적 맥락, 신학과 철학에 대해 쌓아 올린 학문적 업적, 오늘날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특히 아퀴나스의 탄생과 동시에 서양 문화의 중추적인 순간인 1248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아퀴나스의 지적 발전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리스토텔레스 저작의 재발견과 나폴리대학의 설립 등 당시 발생한 사회정치적, 문화적 변화를 설명함으로써 무대의 막을 올리고 있다.
기독교 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조화
토마스 아퀴나스는 로마와 나폴리 사이에 위치한 도시인 아키노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몬테카시노(Monte Cassino)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에서 교육받았고 나중에는 나폴리 대학교(University of Naples)에서 교육을 받았다. 나폴리에서 새로 재발견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을 접한 것은 그의 지적 궤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에는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가 도미니코회에 입회한 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이는 그가 평생 신학과 철학에 헌신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퀴나스의 학문적 경력은 파리와 쾰른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보내면서 엄청난 성과와 심오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시기에 기독교 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조화시키려는 스콜라주의 운동의 핵심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그의 작품, 특히 『신학대전(Summa Theologica)』은 엄격하고 분석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인간 존재와 신성의 포괄적인 측면을 다루려고 노력한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에서는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키는 그의 접근 방식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종종 과학적 탐구보다 종교적 신앙을 두는 당시의 지배적인 견해와는 달리, 아퀴나스는 두 가지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신학적 방법에는 신앙의 진리와 이성의 진리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임을 보여주기 위한 세심한 논증과 논리적 엄격함이 포함되어 있다.
중세와 현대를 관통하는 영속적 철학의 길
아퀴나스의 영향력은 엄격한 신학적 영역을 넘어 윤리적, 도덕적 철학으로 확장되었다. 자연법, 미덕, 인간법의 도덕적 기초에 대한 그의 생각은 수 세기 동안 서양 윤리 이론의 기본 개념으로 지속되어 왔다. 이 책은 인간의 이성을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도덕적, 윤리적 행동을 안내하는 보편적인 자연법에 대한 그의 믿음을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현대 철학 및 신학 논쟁에 있어서 아퀴나스의 저작들은 항상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다. 박승찬 교수는 급속한 과학적 진보와 종종 윤리적 딜레마를 수반하는 시대에 아퀴나스의 작업이 신앙과 이성, 과학과 종교 사이의 대화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의 개인적인 손길을 더한 이 문서에는 작가가 파리, 쾰른, 다양한 종교 유적지 등 아퀴나스의 삶에 중요한 장소를 여행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여행은 역사적 통찰력으로 글의 내용을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헌신적인 연구 기관과 그가 참여한 기념행사를 통해 이러한 장소가 어떻게 계속해서 아퀴나스의 유산을 기리고 있는지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은 아퀴나스가 툴루즈에 묻힌 이유를 숙고하고 그의 가르침의 성격을 성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현대의 여러 문제를 다루는 데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과 통찰력을 어떻게 계속 찾는지 논의하고, 아퀴나스의 철학적, 신학적 원리가 현대의 윤리적 난제를 해결하는 길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책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삶과 함께 그의 철학적, 신학적인 공헌, 그리고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현대적 사고에 대한 지속적인 영향에 대한 풍부한 묘사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중세철학의 중추적인 인물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박승찬은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와 가톨릭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신학석사와 박사(중세철학전공)를 취득했다. 한국중세철학회 회장, 한국가톨릭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라틴어 중세철학 원전에 담긴 보화를 번역과 연구를 통해 적극 소개하고, 다양한 강연과 방송을 통해 중세 문화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 앞에 선 인간』, 『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삶의 길을 묻다』, 『중세의 재발견』, 등이 있으며, 역서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요강』, 『존재자와 본질』, 안셀무스의 『모놀로기온 & 프로슬로기온』 등이 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