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만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까다로운 EU 조건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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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만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까다로운 EU 조건 풀까
  • 박지성 기자
  • 승인 2024.04.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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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유럽 중복 노선 이관 요구
대한항공, EU 조건 이행 차질 우려…더뎌진 합병 속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주기돼있는 대한항공 여객기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제공.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주기돼있는 대한항공 여객기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알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의 까다로운 조건 탓에 난기류를 만나 더뎌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쉽지 않은 EU의 조건으로 자칫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무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EU가 내세운 아시아나 합병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예상보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EU는 지난 2월 대한항공에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과 유럽 중복 4개 노선(스페인 바르셀로나·독일 프랑크푸르트·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 반납 조건으로 합병을 '조건부 승인' 했다. 즉, 대한항공이 EU가 내세운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EU가 내세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유럽 중복 노선 이관 등 2개의 조건 모두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본입찰이 진행됐지만, 유력 후보로 거론된 제주항공이 입찰에 불참하면서 매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금액은 4000억~500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입찰에 나선 곳은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총 3곳으로, 업계에서는 이들 항공사들이 과연 적정가를 상회하는 총알을 마련할 수 있을지라는 의문을 내놨다. 가령 인수 금액을 확보했더라도 앞으로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이 될지 따져봐야 한다. 실제 EU는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대한항공과 경쟁할 수 있는 비슷한 규모의 항공사에 매각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EU가 매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유럽 중복 노선 이관에도 걸림돌이 생겼다. EU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조건으로 둘 항공사의 유럽 중복 노선 일부 반납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유럽 4개 노선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하려 했지만, 프랑스 항공당국이 티웨이항공의 취항을 불허하면서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프랑스 항공당국은 한국 정부와 대한항공 측에 '티웨이항공의 프랑스 취항은 항공협정 위반'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한국과 프랑스는 지난 1974년 항공협정을 맺은 이래 34년간 파리 노선에 단수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만 취항하도록 했다가 2008년부터 '한국 항공사 2곳'으로 확대하면서 아시아나의 취항도 허용했다. 협정에 따라 파리에 취항할 수 있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둘 뿐이다. 프랑스 항공당국은 이를 문제삼아 협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오는 6월 티웨이항공의 취항을 불허했다. 프랑스 항공당국은 티웨이항공이 취항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티웨이항공 등 총 3개 항공사가 운항을 하게 돼 항공협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정대로 2개 항공사만 운항을 하게 되면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 중 한 곳은 파리 노선을 철수해야 한다. 아직 합병이 완료되지 않았기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파리 노선 철수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 문제는 어느 항공사가 파리 노선을 포기할지다. 만일 티웨이항공이 빠지게 된다면 EU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며, 대한항공이 빠진다면 오는 7월 파리 올림픽 수요를 놓치게 된다. 게다가 아시아나도 파리 올림픽 수요를 포기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결국 프랑스 항공당국이 티웨이항공의 파리 취항을 허용하지 않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국 승인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EU의 조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최악의 상황도 제기되고 있다"며 "현재 분위기를 보면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입찰자들이 오히려 갑이 된 상황이다. 파리 노선도 결국 대한항공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U의 조건부 승인이 완전한 승인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오는 10월까지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에 유럽 중복 노선을 이관하고,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이 성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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