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중도 표심 좌우할 '의제' 중요해져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제 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임신중단권(낙태권) 및 가자전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등 미국 내 여론에 영향을 끼칠 변수들에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은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온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리턴매치'에 대해 치열한 '박빙' 양상이라고 평가 중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여론조사 분석기관 '디시즌 데스크 HQ(DDHQ)'에 의뢰해 전날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자대결 전국 지지도에서 44.8%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두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의 임신중단권 보장' 의제로 지지층을 공고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임신중단권 의제는 지난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함으로써 크게 부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대해 "(내가) 자랑스럽게 그것을 끝낸 사람"이라고 말하는 등 임신중단권을 부정하는 발언들로 여성 및 중도·진보층으로부터 크게 비판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극우 공화당의 위험한 의제에 맞서 여성의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백악관 차원의 대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반된 행보를 보인다.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미국 국민의 상당수는 임신중단권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분석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임신중단권 의제화는 160년 된 '낙태금지법' 부활 가능성이 거론되는 애리조나와 11월 대선 시 '주(州) 법'에 임신중권을 명시하는 개정안에 대해 투표를 진행하는 플로리다 등 임신중단권 의제에 민감한 주들에 호소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기도 하다. 이들 주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지지율이 팽팽한 경합주다.
그러나 현재 미국 대학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자전쟁 반대 텐트 농성 시위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 중이다. 미국 동북부의 명문 대학들인 '아이비리그(Ivy League)'에서 시작된 가자전쟁 반대 시위는 최근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수 주째 이어지고 있다. 많은 수의 학생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진행 중인 가자지구 내 전쟁에 대해 이스라엘의 폭력성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친이스라엘 성향의 바이든 정부는 "반유대주의 폭력 시위를 위한 대학 공간은 없다"며 강경한 진압 의사를 드러냈다. 미국 곳곳에서는 경찰당국과 학생들의 충돌이 발생 중이다. 상당수의 대학에서 당국의 강제 해산 시도에도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아, 현재까지 체포된 사람 수가 2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 당국은 전날도 시카고대에 경찰을 투입해 농성장을 강제 해산했고, 재작일에는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시위대에 불응시 처벌 방침을 전하며 농성장을 자진 철거하라고 최후 통첩했다. 앞서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선 지난달 29일 대학측이 농성장 해산을 최후 통첩하자 시위대가 그날 밤 캠퍼스 건물인 해밀턴 홀의 기습 점거해, 경찰이 이를 하루 만에 진압한 일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미국 대선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형사 또는 민사재판을 앞두고 있다. 형사의 경우 △2021년 1·6 의회 난입 독려 △2020년 대선 개입 의혹 △성추문 입막음 사건 △기밀문서 유출 등 크게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모든 재판을 대선 이후로 지연시키는 전략을 사용하며 사법리스크 파장을 최소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