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尹 민생·협치 언급 주목···"정쟁 아닌 소통해야"
野 "방향·태도·내용 전부 문제"···특검 관철 의사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총선 패배 후 '소통'을 강조하고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기자회견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2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대국민 설명을 포함, 특검 등 민감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여야 평가는 극명히 갈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진솔함을 엿볼 수 있는 회견이었다고 호평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총선 패배에 대한 성찰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회견 내용에 대해 국민의힘은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내렸다.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직후 낸 논평에서 "국민께서 궁금해 할 모든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 수석대변인은 "민생의 어려움에 대한 송구한 마음을 직접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며 질책과 꾸짖음을 겸허한 마음으로 새기겠다는 다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민생'과 '협치' 언급에 초점을 맞췄다. 정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더욱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을 펴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며, 개혁 입법 추진을 위해 필수적인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도 거듭 당부했다"며 "이제는 갈등이 아닌 협치, 정쟁이 아닌 소통, 미래로 나아가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며 "국민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몹시 실망스러운 회견이었다"고 질타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결과에 대한 성찰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이 요구한 것은 국정 운영의 방향과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여전히 나는 잘했는데, 소통이 부족했다'고 고집하고 있다. 오답을 써놓고 정답이라고 우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견의 방향, 태도, 내용 전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은 국회로 떠넘기고, 본인이 책임져야 할 사안은 회피했다"며 "심지어 국민의 요구를 담은 민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요청과 채상병 특검법에는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 삶을 돌볼 마음도,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지도 없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피력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보협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재의결에 성공하지 못하면 22대에서라도 끝까지 파헤쳐 외압의 주범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김 여사 관련 특검에는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를 제외한 공범들은 모두 처벌받았다"며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권 일각도 국정기조 유지 의사를 밝힌 윤 대통령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담화문과 기자회견을 보면서 갑갑하고 답답했다"며 "'국정기조를 전환하느냐'는 질문에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압권이었다"고 탄식했다.
유 전 의원은 "진심으로 반성·성찰하고, 남은 3년의 임기를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없다"며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앞으로 국정의 동력이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아도, 그럴수록 당은 더 철저하게 변화와 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함께 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