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취임부터 총선 전후로 대규모 주택 공급을 공언해 온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낮아진 수익성에 도시재생 사업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민간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급 확대 관련 정책들은 여소야대 국면 지속에 힘을 잃은 데다, 최근 정부기관이 잘못된 부동산 통계를 내 신뢰성마저 잃은 상황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 2022년 8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정비구역 확대 △청년주택 △3기신도시 확대 등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270만호를 공급할 것을 천명했다.
그러나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황 침체기와 맞물린 데다, 공사비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가 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전국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인 서울의 경우 지난 2023년 인허가·착공·준공 등 주택공급지표가 모두 50% 미만이다. 주택공급계획 대비 실적은 불과 32%로 나타났다.
원가율이 높아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올 1분기 도급순위 상위 10사 중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건설사는 신규정비사업 수주를 망설이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사업장 3.3㎡당 공사비는 평균 687만5000원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518만7000원에 비해 32.5% 올랐다.
이같은 건설사들의 참여 지지부진으로 3기 신도시 사업 일정도 늦어지면서 당초 목적인 서울 집값 안정화에는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본청약을 기다리다 지친 수요자들이 인근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주택 가격을 자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실정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 동력도 빛을 잃어가고 있다. 4·10 총선서 지난 국회에 이어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지면서 규제완화와 공급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와 여당 정책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 가운데 정부는 최근 부동산 관련 통계까지 오기하면서 신뢰도까지 잃은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점검 결과 주택공급 실적 19만2330호가 누락돼 이를 정정했다. 국토부는 이같은 통계를 기반으로 주택 공급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9·26 공급 대책’과 ‘1·10 부동산 대책’ 등을 내놨었던 것이다.
정부의 미분양 주택 통계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998년·2009년·2014년 등 건설경기가 악화될 당시 정부가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추진하자 다수의 미분양 주택 신고가 이어져 관련 수치가 2배 넘게 증가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문제 진단과 해법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유체이탈 정책”이라며 “정부는 문제 해법으로 공급 부족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분양주택이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낮추는 정책이 아닌 높은 가격을 유지시키는 정책으로 국민에게 부채로 전가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윤은주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아직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이르지만 사업성이 확보가 됐는지와 도시재생사업이 추구하는 지역의 균형발전 및 합리적인 도시 개발에 기여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비판적인 시야에서 꾸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윤석열 정부는 이렇다 할 근거 없이 주택 보급 규모가 너무 크게 제시했다”며 “신도시와 재개발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여기에 새로운 수요층인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급까지 추진하면서 정책 방향이 중구난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정부 임기가 3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위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