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오는 14일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할 경우 윤 대통령의 10번째 거부권 행사가 되며 '불통과 독선'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일 정부로 이송됐다.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미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나중에 검찰로 송치돼 2차 보완 수사를 거쳐 기소될 사람들은 재판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어쨌든 지금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잘 지켜보고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민에게 수사 당국에서 상세하게 수사 경과와 결과를 설명할 것인데 그걸 보고 만약에 국민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의 취지를 보더라도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지켜보고 또 수사 관계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우리가 일단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14일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취임 후 총 10번째 거부권 행사다.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 중 하나로 '불통과 독선적 국정 운영'이 꼽히는 만큼 거부권 행사는 곧바로 '총선 민의' 거부로 비칠 수 있다. 채 상병 특검 수용에 대한 국민적 여론도 높은 상황도 윤 대통령에겐 정치적 부담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채 상병 특검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57%, '그럴 필요 없다'는 29%였다(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1.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그 밖의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야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전날 범야권 6개 정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정의당·진보당·새로운미래)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진실을 가릴 수 없다"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고 담당해야 할 책임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누누이 말하지만 좌우,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며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해라. 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