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직 독식 의사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두 상임위는 이번 원 구성 협상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그러나 여야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상임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임명(추천) 시점이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방통위를 소관 기관으로 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가져오는 데 총력을 쏟을 조짐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2일 <매일일보>에 "이번 원 구성에서 운영위와 법사위 못지않게 중요한 게 과방위"라며 "이번 여야 원 구상 협상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방위는 윤석열 정부 집권이 시작된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여야의 주요 격전지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정부의 언론탄압을 주장하며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입법을 시도했지만 여당의 강력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늘리고, 추천 권한을 외부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론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현행 9명(MBC·EBS) 또는 11명(KBS)에서 각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으로 분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가 방통위를 활용해 언론탄압을 일삼는다며 이 같은 방송 3법 제정을 통해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의 방송 3법 추진에 대해 "방송 영구 장악 야욕을 노골화한 것(김장겸 당선인)"이라며 반대했다. 이 시점에서 과방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은 공영방송들의 이사 교체 시점이 임박한 것과 무관치 않다. KBS·MBC(방문진)·EBS 공영방송 3사 이사회 임기는 오는 8~9월 차례로 종료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KBS 이사를 추천할 수 있고, MBC의 경우에는 직접 임명권을 가진다.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는 것이다. 현재 방통위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김홍일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의 2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정원(5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일각으로부터 공정성과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이정헌 서울 광진갑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본지 인터뷰에서 "방통위가 새로운 이사진을 여당 성향 인사로 채우면 MBC 등도 KBS나 YTN처럼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진행자도 교체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방송 3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방송 3법을 당론으로 지정해 재입법할 의사를 나타냈다. 전례대로라면 오는 7월 초부터 이사 후보자 공모 절차가 시작될 것이 유력하다. 늦어도 7월 말까지 입법을 마치기 위해선 '속도'가 중요한데, 과방위원장직을 여당에 넘겨선 기한 내 입법 완수는 사실상 어렵다. 또 민주당이 원하는 방통위에 대한 압박 강화를 위해서라도 과방위원장직 사수는 필요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운영위·법사위 독식을 고집할 시 국민의힘은 21대 전반기 국회와 마찬가지로 전체 상임위를 포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여당이 모든 상임위를 포기하긴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비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