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강탈' 사태…尹 '한일 관계 개선'에 日 눈치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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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강탈' 사태…尹 '한일 관계 개선'에 日 눈치 보나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4.05.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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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차별적 조치 안돼"…원론적 수준 대응
野 강력 반발 이어 與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
대통령실 "부당 조치 단호 대응…반일 조성 국익 훼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 보고 및 기자회견'의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 보고 및 기자회견'의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정부가 일본의 '라인 강탈' 논란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과 중 하나로 꼽는 한일 관계 개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서는 "조선총독부나 할 법한 일"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 들어 2차례나 '국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표면상으로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지분 매각을 통해 네이버를 '축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첫 입장이 2차 행정지도가 나온 지난달 16일에서 한참 지난 4월 27일에서야 나왔다는 점이다. 외교부는 당시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는 있어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달 29일 "과기정통부는 네이버와 협의해 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만 밝히며 구체적인 대응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 정부가 외교 성과 중 하나로 꼽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는 네이버가 13년 동안 성장시킨 라인의 경영권을 일본에 빼앗길 상황에서도 사실상 방치하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십수년 간 디지털 영토 확장을 위해 뛰어온 우리 기업의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지경에 놓였는데 신중하게 국익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질타했다.

또 "상대가 일본이라서 그런 것인가. 일본이 요구하면, 일본이 추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무조건 오케이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인가"라며 "그런 게 아니라면 정부의 이상하리만치 평온한 모습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여권 내에서도 정부의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반하는 일본 정부의 반시장적 조치이고 한일투자협정을 위배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진작 강력히 막았어야 할 문제"라며 "그런데 우리 정부는 '네이버가 정확한 입장을 정해야 정부가 행동할 수 있다'고 뒤에 숨어버리고 네이버에 책임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네이버가 을의 위치에서 일본 정부와 합작 파트너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공개적으로 하겠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시작된 지분 매각에 반대한다. 자본 관계 재검토를 지시한 행정지도를 철회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며 "네이버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할 게 아니라 일본 정부에 자본 관계 재검토 지시를 철회하라고 압박을 가하라는 말"이라고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도 우리 외교부의 입장을 '원론적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국민들의 깊은 우려와 불안감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국가 간 상호주의에 입각해 강력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안 의원은 "최악의 경우 네이버에서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카드 또한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우리 기업과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네이버 의사에 반하는 부당 조치에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로부터 불리한 처분 없이 자율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우리 기업과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필요한 모든 일을 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의 추가적 입장이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정치권을 향해 "일각의 반일(反日) 조성 프레임은 국익을 훼손하고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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