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등 자금 필요한 스타트업 아이디어 탈취에 취약
비밀유지계약 협의 단계선 적용 안돼…산재한 법도 문제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스타트업 기술 및 아이디어를 탈취하는 사례가 늘면서 현장 애로도 커지는 상황이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스타트업의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보안책이 절실하다.
16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조사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기술 침해 피해 건수는 280건, 총 피해액은 282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당사자계 특허심판 현황 결과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지난 2018년 50%에서 2021년 75%까지 늘어났다. 이유로는 특허심판 또는 소송에서 침해사실 및 손해액 산정에 대한 증거 대부분을 침해자인 대기업이 보유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거 수집이 힘든 중소기업들은 침해 입증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분석이다.
연구에 따르면 기술탈취는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혁신기술 활용 스타트업의 경우 기술과 아이디어가 주요 자산이기에 기술 탈취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막심하다. 더욱이 스타트업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 받기 전인 경우가 많아, 기술 탈취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에 대한 기술탈취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거래 관계 체결 전인 신규 사업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투자 등의 자금 유입이 필요한 스타트업들은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단계들이 비밀유지계약(NDA)이 의무화되기 전 상황이기에 협의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탈취당할 경우 스타트업들은 제대로 된 법적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 1월 9일 일부 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상생협력법)에 따르면 수탁기업은 위탁기업에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양 기업은 비밀유지에 관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계약 체결 의무는 기술자료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단계에서 이뤄지므로 협의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탈취당할 경우 스타트업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스타트업들은 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탈취당해도 이를 입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 중 75%가 입증자료 부족으로 법적 조치를 못하는 상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7월 10일부로 시행한다. 이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기술탈취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경우 중소벤처기업부는 법원의 요구에 따라 기술탈취 행정조사 기록을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 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탈취 당해 중기부에 문제 해결을 상담한 내용을 포함해 손해액 산정, 디지털 포렌식 등 모든 중기부의 행정 과정이 법적 효력을 가진다는 뜻이다.
현직 변호사에 따르면 “해당 법이 시행될 경우 기술 탈취를 스스로 입증해야 했던 스타트업 등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술 보호 관련 법률이 산재해 스타트업들이 각 법률의 개별 요건 등에 따른 행정 절차를 밟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기술 탈취를 당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증소기업기술보호법, 상생협력법, 부정경쟁방지법 및 특허법, 하도급법 등이 있다. 이외에도 간접적 기술보호 법률로는 산업기술보호법, 지적재산기본법, 기술보호 관련 법령 등이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