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의협회장, “대법관 회유 있었을 것” 음모 제기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중지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을 재판부가 각하·기각하면서, 2025학년도 증원이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 각 의사 단체는 법원 판단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 예고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법원 판단에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단 입장을 밝혔다.
지난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는 전의교협·전공의·의대생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은 예정대로 2025학년도부터 추진되며, 조만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의대증원 집행정지를 신청한 당사자인 전의교협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재판에서 정부가 실제로 제출한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의교협은 증원분 2000명 산출 과정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정부의 증원 정책이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정부에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들에 따르면, 증원분 2000명이 논의된 회의록은 정부 측이 하나만 제출했으며, 나머지 자료들은 극비 처리 내지 편집본 외에는 제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이를 검토 하고도 원고에게 적격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려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단 의미다.
의사 측에서 이번 소송을 맡았던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17일 재항고했다. 전의교협은 수요 조사 당시 교육부와 학교, 그리고 학장과 대학본부, 교수협의회에서 일어났던 모든 소통 내용과 공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동안 대한민국을 관통해 온 관치 의료를 종식시키고, 의료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해 온 모든 행위를 멈추게 할 것”이라 경고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항고심 재판장이었던 구회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가리켜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가 대법관 승진을 미끼로, 정부 측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게 했다는 음모론이다. 실제 구 부장판사는 현재 대법관 후보 55인 명단에 포함됐다. 임 회장은 ‘합리적 의심’이라 주장하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의대 교수 다수에게서 나온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각 병원들은 이번 법원 결정에 불복하며, 휴진 및 근무 축소를 통한 투쟁 수위를 더 높일 전망이다. 국내 대부분의 의대교수는 지난달 말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제 주 4일 근무 등으로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 없는 비상진료체계가 더 길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휴진 등 근무 시간 재조정 등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매주 1회 휴진' 혹은 '1주일간 휴진'을 단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최종 결정한다.
이찬종 변호사는 전공의들을 다그치며, 투쟁 의지를 끌어올릴 것을 촉구했다. 그는 전날(18일) 각 기자들에게 보낸 메세지에서 “전공의 너희들이 법리를 세우기 위해 뭘 했나. 수많은 시민이 법원에 낸 탄원서 하나를 낸 적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전공의 도대체 너희들은 뭐냐. 유령이냐. 아직도 전쟁 중이니 정신 차리고 투쟁하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