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우방' 이란 지도자 사망으로 전세계 '촉각'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란 내무부는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 지역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모하마드 알하셰미, 경호원 등이 탑승한 헬기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바르즈건 지역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타브리즈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현지 언론들은 헬기 추락 이유로 악천후를 지목했다. 이란 당국은 사고 헬기 구조를 위해 모든 자원과 병력 동원령을 내렸으나, 날이 저물고 짙은 안개와 비 등으로 수색이 수시간 지연됐다.
결국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 30㎞가량 떨어진 이란 타빌 마을 인근에서 잔해가 발견됐으며, 헬기 몸체는 전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색을 위해 파견된 피르 호세인 콜리반드 이란 적신월사 대표는 "추락 현장 발견 상황에 따르면 탑승객 사이에서 생존의 신호는 감지되지 않았다"며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전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가장 강력한 우방 이란의 지도자가 사망함에 따라 중동 정세 급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대내적으로는 '히잡 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등의 강경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또 대외적으로는 서구권 국가들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지아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 사고 상황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 사고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태운 헬기가 예기치 않게 비상 착륙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며 "EU 회원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상황을 긴밀히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날 사고 이후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서 우리는 이란 이슬람공화국과 그 지도부, 정부 및 국민들과 완전한 연대를 표명한다"며 이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헌법은 대통령의 유고시 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대통령직은 이란 12명 부통령 중 가장 선임인 모하마드 모흐베르에게 일단 승계된다. 모흐베르 부통령은 이후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