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길목서 전면전 펼치게 된 두 오너 3세…서로 경조사 챙길 만큼 재계선 '절친' 사이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한화와 HD현대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사건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사의 갈등이 각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HD현대의 KDDX를 둘러싼 갈등은 HD현대중공업이 최근 한화오션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지난 3월 한화오션이 KDDX 관련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 HD현대중공업 임원 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경찰에 고발한 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의 관심은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의 대결 구도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서로 결혼식에 초대할 정도로 평소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방산은 양사의 주력 사업인 만큼 두 오너 3세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승계의 중요한 길목에서 경영 능력과 직결되는 사안임은 물론 KDDX 사업은 규모가 7조8000억원에 달할 만큼 크고, 글로벌 방산시장에 본격 진출하려는 두 기업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인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사장이 한화오션의 대외협력실장을 겸하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협력실은 기존 홍보팀이 편입돼 대외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하는 신설 조직이다.
일각에선 지난달 일신상 이유로 자리에서 물어난 정 사장이 복귀하자마자 대외협력실장으로 발탁된 배경에는 HD현대중공업과의 소송전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김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 사장을 '전진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정 사장은 다각적인 사업 확장 등 대외커뮤티케이션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에 맞춰 효과적으로 대외커뮤니케이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양사는 현재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고소에 대해 "안타까운 도덕관념"이라며 맹공했고, HD현대중공업 역시 "향후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해 나갈 예정"이라며 후속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소송전이 두 부회장 간 첫 기 싸움이란 측면도 있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법적 공방에도 올 하반기 KDDX 입찰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 여부와 상관없이 수주는 진행되기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의 입찰을 제한해도 집행정지를 신청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