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계약률·시세 급등···해빙기 매매값 자극 우려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전세사기 피해와 보상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보증금 미반환 사례마저 갈수록 늘면서 월세 및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인허가·착공 물량 감소도 더해지면서 향후 매매가격을 자극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년째,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반년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빌라·원룸 등 비아파트 기피 현상과 매매량 둔화로 아파트로 세입자들의 수요가 몰린 결과다. 이에 전세 보증사고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세금 미반환 급증으로 원룸·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월세 계약 비중과 월세 시세도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1분기(1~3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전용 60㎡ 이하 빌라(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5만891건) 가운데 54.1%는 월세계약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발표된 2011년 이후 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월셋값(부동산원)은 0.08% 상승해 전월(0.09%)에 이어 상승세가 지속됐다. 서울(0.15%→0.14%) 및 수도권(0.16%→0.17%)에서 상승을 주도했다.
이 같은 전월세 수요 증가와 시세 급등에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공급부족 문제도 겹치면서 향후 금리 인하 등 부동산 해빙기에 매맷값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주택 인허가는 17.8%, 착공은 36.8% 감소하는 등 2~4년 후 주택공급 추이를 엿볼 수 있는 선행지표들이 일제히 급감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2만3483가구, 내년에는 2만3476가구로 감소한다. 올해 실제 입주 물량은 2월 645가구, 3월 996가구, 4월 815가구 등으로 석 달 연속 1000가구 이하에 그쳤고 이번 달에는 입주 물량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아파트 인허가·착공이 줄면서 향후 입주 물량까지 감소할 수 있어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아파트 전세 쏠림 현상 등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분양가 급등과 수도권 아파트 공급부족으로 전세가율이 일정 수준까지 오르면 갭투자 유입 등 매매가격 자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다세대·연립(빌라) 전세사기·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인한 '아파트 전세 쏠림' 등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세 대책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