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醫·政갈등, 산업계 품목별 ‘빈익빈 부익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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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醫·政갈등, 산업계 품목별 ‘빈익빈 부익부’ 가중
  • 이용 기자
  • 승인 2024.05.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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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병원, 경영난 악화로 의료기기업체에 대금 지급 미뤄
피부미용 및 치과 제품, 의료공백 여파 덜 받아… 매출 상승
정부 및 정치권, 비대면진료 사업 강화… 플랫폼社 ‘호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최근 "의료기기 기업들이 의료 공백 사태로 매출 감소와 납품 대금 지급 시기 연장으로 고통을 겪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료공백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품목에 따라 실적 명암도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들이 수술 관련 약품·자재·의료기기 공급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관련 업계에 연쇄 경영 위기가 닥쳤다. 반면 의정갈등과 큰 연관이 없는 치과 및 성형미용 제품 제조사는 호실적을 거뒀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최근 "의료기기 기업들이 의료 공백 사태로 매출 감소와 납품 대금 지급 시기 연장으로 고통을 겪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민 협회장은 "의료기기 업체 대표들은 집까지 내놓을 상황에 처했다. 병원 대금 지연 문제는 물론 할인 요구도 심해져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이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병원의 진료 및 수술 축소가 현실화되자, 경영난 해소를 위해 납품회사들의 의료기기 대금결제 기한을 미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실제 서울대병원 계열 대형 간납업체 이지메디컴은 의료 공백 장기화로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기기 업체 대상 대금 지급 시기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했다. 또 성모병원 계열 오페라살루따리스도 결제가 지연될 수 있단 내용을 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협회장은 "이번 의료대란으로 의료기기업체가 보건의료 생태계에서 '슈퍼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관련 중소기업들의 주요 영업 대상은 국내 병원인데, 의정 갈등 이슈로 인한 의사 부재로 영업마저 쉽지 않다. M제약사 영업사원은 “대형병원에 아예 들어가질 못하면서, 현재 주요 영업 대상은 개인병원이다. 일반 병원에선 진료할 수 있는 질환이 다양하지 않고, 대부분 내과라 수술도 잘 하지 않아서 납품량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중소기업이라도 치과용 제품과 레이저 기기,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는 매출이 상승한 상태다. 이들은 국내보단 해외서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번 의료공백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메디톡스의 1분기 보툴리눔 톡신·필러 매출은 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해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대웅제약의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2966억원, 영업이익 312억원이다. 전통 제약사 중에선 이례적으로 매출과 영업익 모두 전년 대비 성장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와 신약 펙수클루, 엔블로 등의 해외 수익이 증가한 덕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의료기기 매출 성장을 이끌어온 치과와 레이저 기기사는 올해도 무난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루트로닉 관계자는 “본래 국내보단 해외 매출에 집중해서, 국내 이슈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정갈등 전까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도 최근 각광받는 추세다.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응해 비상진료체계를 실시하면서, 지난 2월 23일부터 비대면진료를 전면허용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허용 시점부터 4월 30일까지 약 10주 간 의료기관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 비대면진료는 약 38만건, 병원급 비대면진료는 약 2000건이 청구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비대면진료 확대가 경증 외래 환자의 병·의원으로의 분산과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부담의 완화에 기여했다고 판단해 앞으로 관련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정치권이 업계 숙원이었던 ‘비대면 약배송’ 허가를 추진하면서, 플랫폼계의 기대가 커졌다. 수술용 의료기기를 전문으로 납품하는 C사 영업사원은 “비대면진료가 확대된다 한들, 수술이 늘어나진 않는다. 의사들의 병원 이탈로 수술을 못 받는 환자들은 넘쳐나는데, 이들을 위해 사용될 제품은 창고에 박혀있다. 이러다 관련 업체가 도산하면, 환자들의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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