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상당수 DS부문 직원
전영현 부회장, 노사 갈등 봉합 우선 과제로
전영현 부회장, 노사 갈등 봉합 우선 과제로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삼성전자 노조가 회사 창사 이래 두 번째 단체행동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초격차 경쟁력이 흔들리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 우려가 나오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집회는 예정대로 강행됐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된 후 처음으로 열린 집회다. 노조리스크가 가중되는 만큼 전 부회장이 안정적인 반도체 사업 추진을 위해 노사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4일 삼성전자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인근에서 집회 형태의 문화행사 '5·24 가자! 서초로!'를 열었다. 삼성전자 5개 노조 가운데 노조원 수가 20일 기준 2만8323명으로 가장 많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 OPI(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이 전년 연봉 50%에서 0%로 삭감되면서 DS부문 직원들이 노조에 대거 합류하면서 규모가 확대됐다. 이날 집회에는 상급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아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원 약 200여명이 질서유지원으로 동참했다. 양대노총 가운데서도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민주노총과 쟁의행위를 이어가면서 향후 집회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전삼노는 유튜브를 통해 "싸움을 하려면 힘센 조직과 함께해서 삼성의 자본이랑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 주장한 바 있다. 노조는 노사협의회를 앞세운 사측의 노조 무력화 시도 철회와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지급, 실질적인 휴가 개선 등을 요구했다. 또한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장인 정현호 부회장과 삼성전자 DS부문장에 오른 전영현 부회장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전삼노는 행사 종료 이후 기자회견에서 전 부회장에 대해 "2018년 삼성SDI 노조 설립이 사측 탄압으로 무산됐을 당시 사장"이라며 "노조 입장에서는 전 부회장이 노동자와의 소통에 긍정적일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전 부회장이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삼노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1일 임금 실무교섭을 재개했고 본교섭은 오는 28일 진행될 예정이다. 전삼노는 본교섭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될 경우 29일 같은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연다는 계획이다. 쟁의행위 수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으나, 한층 강도가 높은 파업·태업에 나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삼성전자가 HBM 경쟁에서 빼앗긴 주도권을 찾는게 최우선 과제로 대두한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전 부회장의 최우선 과제로 HBM 공급 등 초격차 경쟁력 복원과 더불어 노사 갈등 봉합이 꼽힌다. 전삼노 조합원 상당수가 DS부문 직원들인 만큼 노사 갈등은 반도체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전삼노가 전 부회장과의 만남을 요청해 사측 역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노사 간 교섭이 새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앞서 삼성전자도 반도체 수장 교체 인사를 단행하며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전 부회장의 노조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주문과 기대감이 녹아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