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의 특징에는 '해봐서 안다'가 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부터 검사로서 다양한 분야를 수사해 봤기 때문에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난데없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킬러 문항' 관련 발언 논란이 일었을 때도 윤 대통령이 수많은 입시 비리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관련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을 수사해 봤기 때문에 '대입 제도 전문가'라는 이야기가 여당에서 나왔다.
이러한 '해봐서 아는데'의 원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기업 사장으로 성공한 자신의 경험칙을 맹신하며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재임 기간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해봐서 아는데', '해봐서 안다'식 사고의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봤다'는 경험이 이전과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경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모펀드 혐의를 내세우면서 '론스타(수사)를 해봐서 사모펀드를 잘 안다'며 조 대표의 혐의를 확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대표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 대부분은 무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논란'에서 윤 대통령의 '격노'가 문제가 되는 것도 '해봐서 안다'가 개입된 것이 아닌가 싶다. 윤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고 참모들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는 게 격노의 핵심인데, 그 순간 윤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검사 시절 비슷한 내용을 수사한 경험칙이 발동한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외관만으로 사건을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해봐서 아는데'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중 한 사람인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제3비서관(국민공감)에 발탁한 것이다.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정 전 비서관을 수사하고 구속한 책임자가 바로 윤 대통령이다. 대통령실은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어 발탁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수사를 해봤던'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 만큼 정 전 비서관의 뛰어난 역량은 무엇일까. 제발 '국정농단'과 관련한 것만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