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분당 8천호, 일산 6천호, 평촌·중동·산본 신도시 각 4천호씩 최대 4만호를 선도 아파트로 선정한 뒤 내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1기 신도시, LH가 머리를 맞대 발표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사업은 이렇게 요약된다. 첫 적용 단지를 둘러싼 관심과 청사진이 연일 보도되고 있고 몇 년째 논의만 거듭해 온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이렇게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롯이 수요자 입장일 뿐. 정작 집을 짓는 공급자인 건설사들은 현실적인 문제와 사업성 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과거에는 높은 안전진단 허들로 인해 역설적으로 재건축 단지의 희소성과 경제성이 부각되고 수요·공급자의 관심이 높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철폐를 기치로 정비사업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희소가치는 대부분 희석된 상황이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수도권 주요 구축 아파트 일대에서 '조합설립인가' 또는 '안전진단 통과' 소식을 접하기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현 정부는 출범 후 줄곧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반대로 말해 민간 건설사가 앞장서서 인허가·착공에 나서지 않으면 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셈이다. 요즘 건설사들은 치솟은 공사비와 높은 조달 금리를 비롯해 미분양 걱정과 기투입된 공사비 회수 문제로 하루하루 촉각을 곤두세운 채 방어적인 경영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 노른자 재건축 단지에서도 시공 원가와 사업성 문제로 공사를 맡겠다는 건설사가 나오지 않아 유찰이 거듭되는 게 현실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