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어프레미아, 美 출발편 환승객 공략 나서
인터라인 협약…美 아시아나 합병 승인 임박 시그널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최근 대한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인터라인 협약을 맺고 미주 출발편과 연계한 동남아·동북아 지역 환승객 공략에 나선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인터라인 협약 발표에 미국 경쟁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인터라인 협약을 맺고 미주 출발편의 연계 항공권 판매를 개시했다.
인터라인은 특정 항공사가 다른 항공사의 운항 구간을 자신의 운영 노선과 연계해서 판매하는 제휴 형태다. 인터라인을 이용하는 탑승객은 여러 항공사의 운항 구간을 하나의 티켓으로 구매해 환승시 체크인 및 수하물 수취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항공사는 노선 확대와 환승객 유치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인터라인 협약으로 에어프레미아의 미주(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출발편 이용객은 인천을 거쳐 동남아∙동북아로 이동시 대한항공 항공편까지 묶어 하나의 항공권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에어프레미아의 뉴욕 출발편은 대한항공의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베이징 △상하이 △홍콩 △방콕 등 8개 노선을 연계할 수 있다. LA출발편은 인천을 거쳐 △방콕 △호찌민 △마닐라 △싱가포르 등 4개 노선으로 연결되며, 샌프란시스코는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연결된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인터라인 협약 발표가 미국 당국의 아시아나 합병 승인이 임박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경쟁 당국인 미국 법무부(DOJ)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경쟁 제한을 우려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경쟁자가 사라지면 대한항공의 독점력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를 아시아나항공의 대체자로 낙점하고 독점 우려 불식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에 대한항공의 B787-9 항공기 4대를 임대하기로 했다. 에어프레미아가 아시아나항공만큼의 좌석 공급을 할 수 있게 도와서 경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환승 수요 문제가 있었다. 동남아와 일본, 중국 등에서 인천을 거쳐 미국에 오가는 수요가 상당했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항공기가 5대 뿐이다. 동남아와 일본, 중국 노선이 부족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통합으로 인해 미국을 오가는 소비자 선택과 효용이 줄어든다면, 통합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와 인터라인 협정을 통해 합병 불가 우려를 잠재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인터라인 협정은 분명 미국 당국의 입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한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경쟁해야 하는 항공사로써 이번 협정은 고객들을 위한 아름다운 협약이 아닌 합병을 위한 임시방편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로써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13개국에서 승인을 완료하게 됐다. 따라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은 미국 심사만 남겨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