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플랫폼, 비대면 약배송 허용 요청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가 현행 의료공백을 비상진료체계로 대응 중이라 자신하는 가운데, 관련 체계의 핵심인 간호사·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에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의료현장은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평균 입원환자는 상급종합병원 2만5519명으로 전주 평균 대비 5.5% 증가했고, 평시인 2월 첫주의 77% 수준이다. 상급종합병원 포함 전체 종합병원은 전주 대비 3.3% 증가한 9만4531명으로 평시 대비 98.5% 수준이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상급종합병원 2900명으로 전주 대비 0.8% 증가했고 평시의 87.5% 수준이며, 전체 종합병원은 7101명으로 전주 대비 0.5% 증가, 평시 대비 96.4% 수준이다. 환자는 증가했지만, 비상진료체계 하에 운영되는 각 병원들의 대응 역량이 충분하단 설명이다.
비상진료체계란, 지난 2월 의사들의 집단사직으로 촉발된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가동안 긴급 의료시스템이다. △중증 환자 우선 진료 △주요 병원에 공중보건의 군의관 파견 △간호사 업무 영역 확대 △비대면진료 전면허용 등이 이에 포함된다.
주요 목표는 ‘의사의 빈자리’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결국 체계 운영의 핵심은 간호사와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된다. 정부는 그동안 제한됐던 이들의 업무 범위를 일부 확대해 의료공백 해소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업무량은 늘어난 반면, 여전히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가장 큰 문제는 현행 비상진료체계가 간호사의 희생만을 강요한단 점이다. 정부는 현재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응급 약물 투여 등 의사 업무 일부를 할 수 있도록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시행 중이다.
간호사들의 책임이 커지면서, 이들은 PA간호사 법제화 등 내용을 담은 ‘간호법’ 통과를 촉구했다. 업무 내용이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시범사업 중엔 법 해석에 따라 '불법 의료행위'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대한간호협회는 정치권에 간호법안 폐기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22대 국회 개원 즉시 간호법을 처리해 줄 것과 법적으로 간호사를 보호할 필수조치 수립 등을 여야와 정부에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국회선 간호법 제정이 여야 정치싸움으로 변질되면서 결국 통과가 무산됐다. 간호사들은 간호법안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비대면진료 업계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증가했다며, 관련 시스템의 정점인 ‘약 배송’ 허용해달라는 목소릴 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1506명, 의사 113명, 약사 1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1년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시범사업 참여 의사의 69.9%, 약사의 64.6%가 시범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환자의 약 방문 수령 경험을 분석한 결과, ‘약국에 일일이 전화해 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게 불편(67.6%)’했고, ‘약국까지 이동, 조제 대기하는 시간이 부담(41.7%)’되었으며, 일부는 ‘조제를 거부당하는 불쾌한 경험(32.9%)’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 배송과 방문 수령을 모두 경험한 환자의 83.7%는 약 배송에 압도적으로 높은 만족도 점수를 줬다.
환자들이 직접적인 불편을 겪고 있음에도, 정부는 약 배송을 허용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약사계가 여전히 약 배송을 강경하게 반대하는만큼, 법안 허용 시 의료공백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