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포럼에 글로벌 제약사 대거 참여… 현지 진출 확대 약속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지만,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의 중국 내 활동을 막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에선 여전히 국내외 제약사와의 활발한 민간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국내 제약사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중 임상시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행사는 재단이 처음 중국 현지에서 개최한 것으로, 주최 측은 중국 규제 및 임상 전략을 공유하고 현지 임상시험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을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 타이거메드 및 한국 드림씨아이에스 협력하에 진행됐다. 광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보령제약, HK이노엔, JW중외제약, 동국제약, 제뉴원사이언스, 안국약품, 메디톡스, 신풍제약, 종근당 바이오, 유영제약, 삼성제약, 애드파마, 이니바이오, 퓨처캠 등 총 18개 기업 35여명의 임상시험 전문가가 참여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2024 중국발전포럼이 개최됐다. 내부 프로그램으로 ‘빅 헬스 촉진을 위한 심포지엄’이 진행됐는데, 여기엔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BMS, GSK, 노바티스, 화이자, 다케다 등 세계 굴지 제약사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회사의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중국의 의료산업 발전에 대한 조언을 발표했다.
해당 포럼에 이어 같은달 중국 상무부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주최한 ‘2024 중국 투자 정상회의’엔 화이자 및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제약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알버트 불라 화이자 대표이사는 2025년 말까지 중국에서 17개의 신약 또는 적응증 확대를 위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스칼 소리엇 아스트라제네카 대표는 향후 5년동안 중국에서 약 100개의 의약품과 적응증 확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당시엔 미국 의회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현지 활동을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발의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다국적제약사 CEO들이 중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현지 사업 확대 의지를 밝힌 것이다. 업계는 중국에서 진행된 두 포럼에 대해, 중국이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불안한 해외 제약사를 포함한 해외 기업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개최한 것으로 본다.
특히 소리엇 대표는 미국과 중국 시장을 위한 의약품을 서로 독립적으로 제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의약품이 중국에서 발명됐다는 사실이 그것이 중국에서 제조되고 공급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중국에서 생산되거나 중국 기업이 생산한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서 제한됨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사업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국내외 제약사들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의약품 시장인 중국 진출을 포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제약산업의 중심인 미국과, 원료 생산 중심국인 중국과의 공급망을 완전히 분할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기업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는 동시에, 각 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삼가야 하는, ‘외줄타기’ 형국에 놓인 셈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중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제약사들의 원료 소싱,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제조국 다변화 등 의약품 공급망 전략에 큰 고민을 던지고 있다”고 현안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