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통계 기반으로 수출 현황 등 분석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부상 중인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및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시장 내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맞춤형 전략 수립과 수출망의 다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IMF(국제통화기금), ITC(국제무역센터) 등의 세계 무역통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 대한 수출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2023년~2029년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6.3%로 글로벌 노스의 3.9%에 비해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세계 15대 경제대국 중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2022년 인도, 브라질, 멕시코 3곳이지만 2050년에는 인도네시아, 이집트, 사우디, 나이지라아가 더해져 7곳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측면에서도 세계 81억명 중 67%인 54억명이 글로벌 사우스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에 있고, 0~14세 비중이 28.6%로 선진국(16%)에 비해 높아 향후 높은 경제 역동성과 구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의 수출은 지난해 기준 1865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9.5%를 차지했다. 규모 면에서는 10년전 1800억 달러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비중은 10년전에 비해 2.7%p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기준 대(對) 아세안 수출은 1091억 달러로 10년간 33.1% 증가했으며, 글로벌 사우스 수출 중 58.5%가 아세안에 집중돼 있다. 그 외 남아시아로의 수출도 10년새 48.3% 증가한 반면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로의 수출은 10년전에 비해 감소했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전환됨에 따라 수출의 중심축이 글로벌 노스와 같은 선진국으로 넘어가는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앞으로 글로벌 사우스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래시장을 선점한다는 면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시장 점유율을 비교해 본 결과, 한국의 점유율은 3.7%로, 10년 전과 비교해 0.3%p 감소한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20%로 10년전에 비해 6.2%p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아세안, 남아시아에서 반도체 및 전기전자 품목의 수출이 늘며 소폭 증가했지만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13년 3.3%에서 2021년 1.5%까지 감소한 후 2023년 1.7%로 소폭 회복된 상황이다. 반면 같은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8%p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지역의 시장 점유율 감소는 저유가와 중국과의 경쟁 격화인 것으로 해석된다. 2015년부터 시작된 저유가로 중동국가의 경제가 둔화됐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제품의 점유율이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제품, 의료용품 외 모든 품목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감소했다.
중동지역의 최대 수입품인 전기전자 품목의 경우, 한국산 스마트폰과 TV 등의 수출이 감소했는데,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중동 최대시장인 사우디에서 한국산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5년 50%를 넘었으나 2023년 20% 초반까지 하락했다.
대한상의는 "보다 효과적으로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 수립과 수출망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의약품 및 백신 등 바이오 분야와 석유제품 수출 사례를 들었다.
우선 의약품 및 백신 품목은 대부분의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중남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의약품의 수요가 늘어날 지역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들도 이에 적극 대응해 우리나라의 대(對)중남미 의약품 수출은 2013년 1억6000만 달러에서 2023년 4억2000만달러로 2.6배 증가하며 10위의 수출 품목에 오르기도 했다.
대한상의는 석유제품의 수출망 다변화 성과도 사례로 꼽았다. 석유제품의 경우 10년전만 해도 중국이 최대 수출국이었으나, 중국의 자급화 전략으로 인해 대중국 수출액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응해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과 UAE 등 산유국 그리고 앙골라, 에콰도르 등 신 시장까지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시장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수출시장을 발굴하며 수출 실적을 이어갈 수 있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글로벌 사우스는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크지만 우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장"이라며 "국가별, 지역별로 시장의 니즈가 다른 만큼 목표 시장에 맞는 핀포인트 전략을 수립해 공략법을 찾고, 여기에 정부의 외교적, 제도적 지원이 병행된다면 기업이 더 많은 수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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