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얼마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서울시 출생 장려 댄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한 무리의 중년 여성들이 모여 특이한 춤을 추는 사진이 올라왔다. 이들 옆에는 '서울시 시민건강 출생장려 국민(댄스+체조) 한마당'이란 현수막이 걸렸다. 해당 글귀 위에는 “재미있고 신나가 따라해요!! 쪼이고! 쪼이고!”라는 민망한 문구까지 보였다.
행사를 기획한 김용호 서울시의원은 괄약근에 힘을 조이는 '케겔운동'과 체조를 결합하는 ‘댄스’를 통해 저출생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괄약근과 저출생은 무슨 상관인가?
서울시의 저출생 헛발질은 이것뿐만 아니다. 최근 서울시는 1조511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해당 안에는 저출산을 위한 각종 정책도 포함됐는데, 이중 1인당 정·난관 복원 시술비를 100원까지 지원하는 방안이 많은 시민들의 구설에 올랐다. 아이를 낳기를 포기하고 시술을 받은 이들이 왜 다시 아이 낳겠느냐 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에 더해 최근 발표된 정부 정책 보고서가 비난 여론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지난달 30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발간한 '재정포럼 2024년 5월호'에 생산인구 감소 대응 정책을 제안했다.
보고서에는 남녀간 교제를 지원하기 위해서 여아의 학교 입학을 1년 앞당겨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아의 발달 속도가 남아보다 빠르기 때문에 1년 일찍 입학을 하면 남녀가 더 빨리 서로에 대해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다.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여론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까지 나왔다. 이제는 정부의 저출생 정책 기조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온 것 같다.
인간은 짐승이 아니다. 사람이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단순히 생물학적 무엇을 해소한다고 해소되지 않는다.
지난해 EBS(한국교육방송공사)에서 제작한 저출생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출연한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의 인터뷰가 화제였다. 그녀는 0.7이라는 출생률을 보고 말했다. “한국은 망했네요!” 해당 장면은 인터넷에 널리 퍼지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높은 물가와 적은 임금, 부족한 여가 시간, 여전히 보충이 필요한 여성의 권리 등을 저출생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누가 그랬던가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이미 문제가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난 상태에서 이를 해결하지 않고 변죽만 울린다면 출생률 회복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