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류진도 美 정재계 네트워킹…韓기업 우호적 지지 당부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미국과 중국 갈등 등 국내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재계 총수들이 해외 출장 등 직접 뛰며 리스크 극복에 나섰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달 중순까지 약 2주에 걸쳐 미국 뉴욕과 워싱턴DC 등 동부는 물론, 서부의 실리콘밸리까지 아우르는 장기 출장길에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것을 비롯해 출장 기간 매일 분 단위까지 나눠지는 빡빡한 일정 30여건을 소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인공지능(AI)·반도체·통신 관련 기업 CEO, 정관계 인사들과 릴레이 미팅을 하며 반도체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4∼5월 역대 최장인 22일간의 미국 출장 기간 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거물' 20여명을 만나고 돌아온 만큼 이번 출장에선 누구를 만날지 또 어떤 사업 성과로 이어질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된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당초 예정됐던 해외 출장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6일 대만을 찾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공식 선임된 웨이저자 회장을 만나 AI 반도체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최 회장은 TSMC와의 회동에서 "인류에 도움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메시지를 전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TSMC의 협력을 강화하는데 뜻을 모았다.
올해 3월 취임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국내에서 해외로 현장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 10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에 동행했다. 장 회장은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과 함께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경제단체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협력 관계를 다지고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지난달 미국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한국 기업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미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대중국 규제 등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한국 기업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힘써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지난 27일 서울에서 '미 하원의원 보좌관 초청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달 초 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해 대외 접촉 활동을 전개한 데 이어 방한한 하원 주요 의원들의 보좌진을 만나 양국 간 주요 경제‧안보 현안 관련 미국 의회의 우호적인 지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