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공직자 배우자는 제재 규정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같은 날 김 여사는 에코백 패션을 선보이며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단체에선 권익위 결정을 비판하며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권익위가 결국 지난 1월 김 여사가 수수한 명품가방이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규정한 대통령실의 궤변에 동의했다"며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마저 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은 "오히려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의 명분만 더 쌓였다"며 "(공직자) 배우자에게 금품 수수금지 의무만을 부과할 뿐 이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는 현행 청탁금지법의 보완 입법을 당장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권익위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의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해당 사안이 '신고 내용이 언론 매체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조사 중이거나 이미 끝나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이기에 종결 결정했다는 전원위원회 의결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정 부위원장은 사안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그 밖에 법 위반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가 필요하지 않아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해당된다고 전했다.
권익위 발표와 같은 날 김건희 여사는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에코백을 든 모습을 드러내며 관심을 모았다.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는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한 김 여사는 '바이바이 플라스틱 백'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흰색 에코백을 들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바이바이 플라스틱'은 지난해 6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된 환경부 캠페인에서 사용된 용어다.
정치권에서는 착용하는 아이템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자주 던지던 김 여사의 이러한 '에코백 패션'이 물론 환경 보호의 중요성도 강조한 것이지만,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일종의 '반전 노출' 전략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의혹 제기 이후 공식 석상을 삼가던 김 여사는 지난달 16일 한국-캄보디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153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러한 김 여사에 대해선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조국혁신당은 배수진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권익위는 이런 비상식적 결론을 내느라 6개월이나 걸린 것이냐. 김건희 여사 순방 재개 선물이냐"며 "김건희 여사 방탄이나 하러 위원장이 됐으면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으니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이제 그만 사퇴하라"고 힐난했다.
또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공직자(배우자 포함)는 어떠한 명목으로든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는 국민의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한 결정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패방지 주무기관으로서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준 권익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