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18일 의료계 집단휴진 예고일을 앞두고, 개원의를 주축으로 한 대한의사협회와 전국 주요 병원 의대교수 단체가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그런데 전공의 단체가 참여를 거부하면서, 의사 단체간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한의학회, 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의협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13일 이들 단체는 연석회의를 열고, 의협을 배제한 의정 문제 해결은 있을 수 없단 입장을 확인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는 의협을 배제한 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의협과 협의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전국의 휴진 사태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 자리엔 현재 의료 파동을 주도하는 전공의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공의 단체는 의협이 정부와의 소통에 중심이 된다는 점에 불만을 품고 비판에 나섰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임현택 회장(의협 회장)은 뭐 하는 사람이죠? 중심?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라며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현택 회장과 합의한 적 없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박단 위원장은 이전에도 의협의 대표성을 문제고, 의대교수 및 수련병원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여러차례 드러낸 바 있다. 지난 4월에도 의료계는 합동 브리핑을 진행한 바 있는데, 박단 위원장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달엔 수련병원 교수들을 향해 "착취사슬의 중간 관리자"라고 표현한 기사를 공유했다.
이에 대해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반박했다. 임 회장에 따르면, 전공의협의회는 의협이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4억원 달라고 공문은 보냈다. 의협은 장기 사직으로 생활고를 겪는 전공의들에게 100만원씩 지원하는 생계지원사업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전공의 29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단 위원장은 "이번 일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내용은 아니다. 의협 산하의 의대생 협회나 대전협 등에 지원금으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언론은 2020년 의대증원을 둘러싼 같은 문제를 두고 의협이 전공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와 상의, 해결해 의협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관련 사건을 비롯해, 의협이 결국 개원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진정으로 자신들을 대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S대학병원 전공의는 “의대증원은 결국 피부미용 개원의를 지망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의협과 정부 모두 이를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이들의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면 돈을 쓸어담는 황금거위니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직서를 던진 전공의들은 의사 중에서 가장 돈을 적게 벌고, 권한도 가장 적다. 정작 소득 상위권을 차지한 개원가는 여전히 집단행동에 미온적이다. 싸움은 전공의들이 하는데, 정치는 개원의 중심 의협이 하겠다는게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