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밀어주기 제재와 관련해 닷새째 날카로운 장외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물가 시대에 PB상품은 유통업체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라며 “모든 유통업체는 각자의 PB상품을 우선으로 추천 진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PB상품을 고객들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골든존에 우선 진열하고, 온라인 유통업체도 PB상품을 추천하고 이를 소비자들도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PB상품 노출 사진까지 공개했다. 쿠팡은 “소비자들은 PB상품이 우선 노출됐다고 무조건 구매하지 않고 같은 온라인 쇼핑몰 내 다른 상품과 비교는 물론 다른 온라인몰과 가격비교 사이트까지 검색하는 등 꼼꼼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며 “쿠팡 PB상품 매출 비중이 5%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유통업체는 고유의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여야 경쟁할 수 있는데 이런 디스플레이 전략까지 일률적 기준을 따르라고 강제하면 기업 간 경쟁은 위축되고 소비자 편익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쿠팡은 이같은 주장을 공정위 조사를 받을 때부터 내비친 데 이어 지난 13일 1400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법인 고발 결정을 내린 당일부터 자사 견해를 밝히며 장외공방을 벌이고 있다. 핵심 쟁점인 쿠팡의 알고리즘에 대해 공정위는 PB상품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한 ‘조작’으로 판단했다. 반면, 쿠팡 측은 다른 유통업체들도 하는 통상적인 ‘상품 배열’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모기업 쿠팡Inc가 지난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한국 공정위의 제재 사실 및 항소 계획을 공시하면서 ‘검색 순위는 한국과 글로벌 모든 이커머스 관행’이라는 설명을 부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쿠팡 내부에선 공정위가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이커머스 불공정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앞서 지난 2021년 공정위는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체를 상대로 할인 비용 전가 등 ‘갑질’을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33억원을 부과했지만, 지난 2월 서울고법은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모두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쿠팡은 공정위가 이번 ‘검색 순위 조작’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마존 등의 유통기업이 검색 결과로 PB 상품을 다수 노출했다고 문제 삼지는 않는다”며 법적 다툼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다. 공정위 역시 쿠팡 제재 결정 발표 후 이례적으로 두 차례 쿠팡 주장에 대한 공개 반박에 나섰다. 공정위는 쿠팡이 이번 결정으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하자 지난 13일 “로켓배송이나 일반적인 상품 추천행위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론 오도’라고 되치기에 나섰다. 쿠팡이 또 지난 14일 ‘임직원 리뷰 평점이 일반인 체험단보다 낮다’고 설명하자 공정위는 “사건의 핵심은 쿠팡이 입주업체(중개상품 판매자)에는 구매 후기 작성을 금지하면서, 자신이 자기 상품에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별점을 부여해 소비자를 유인한 것”이라고 반박 자료를 공개했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배포 자료에서 “쿠팡의 주장은 법원에서 판단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장외공방을 멀리하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쿠팡은 1400억원 과징금이 부과된 데다 공정위의 검찰 고발 결정에 따라 제재 부당성을 알리는 반박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