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기한 '숫자 결함'에 대해 17일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하고 판결문 일부를 수정(경정)했다. '세기의 이혼'이라 불렸던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대법원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전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문을 일부 수정(경정)해 정본을 양측에 다시 송달했다. 최 회장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한 주식 가액 오류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최 회장 측은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 맞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에서 35.6배로 줄어들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에서 125배로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오류 수정으로 판결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 재산분할 비율과 재산분할 총액은 유지했다. 18일에는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고 판결문 수정은 최 회장 명의 재산형성에 기여한 선대회장과 최 회장으로 이어지는 계속적 경영활동에 관한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해 발생한 계산오류 등을 수정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판결문의 일부 수정이 있었더라도 재산분할 비율과 대상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09년 11월 3만5650원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인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며 "이를 통하면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는 160배와 125배로 비교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 계산 오류로 재산 분할금이 산정된 만큼 향후 재판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나눠줘야 할 몫이 축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분할 비율이 달라지면 파기 사유가 된다는 것이 대법원 법리"라며 "재판 결론을 당장 예측하기 어렵지만 3조원에 가까운 SK주식이 선대회장 기여도가 큰 재산이 돼 고유 재산이라고 보면 1심 판결처럼 분할대상에서 빠지게 돼 현재 판결 비율 부분을 유지하더라도 금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의 경정 결정 이후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 경정했다는 것은 원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추가적인 법적 절차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률적 쟁점만 다루는 대법원에서 가사소송에 대한 원심 판단이 뒤집히는 것은 드문 경우로 통상 심리불속행 기각 비중이 높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스스로 판결문 일부를 수정했고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데다 재산분할 대상 재산을 폭넓게 인정해 심리불속행 기각보다는 대법원 심리를 받아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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