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 아냐" 반박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1조4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금이 걸린 '세기의 이혼'에 SK도 그룹 차원의 대응을 공식화 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 측이 지적한 오류를 경정(수정)하면서 2심의 적법성 여부도 화두로 떠올랐다. 향후 대법원 판단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가 높아진 가운데 이혼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쟁점에 대해 네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과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1조3808억원 재산분할' 선고 결과를 놓고 '장외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1조3808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 판결 근거가 된 '주식 가치 산정'이 핵심 쟁점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 측이 찾아낸 주식 가치 산정의 계산 오류를 수정하면서도 재산분할액 등 판결 주문은 유지해 향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판결문 오류 인정한 법원
최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언론 대상 설명회에서 직접 입장을 밝히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SK㈜의 모태가 되는 대한텔레콤(현 SK C&C) 주가 상승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도가 과대평가 됐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 주당 가치 계산 시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친 액면분할을 반영하지 않아 기여 부분 계산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의 가치를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주당 8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한상달 청현회계법인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은 이 오류를 바로 잡으면 주식 가치 상승 기여도는 최 선대회장이 12.5배에서 125배로 늘어나고 최 회장은 355배에서 35.5배로 줄어든다고 봤다. 이는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 사업가'가 아닌 '승계상속형 사업'가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날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하고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해 재산분할 비율을 과도하게 확정하는 오류로 이어진 만큼 대법원에서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실제 주당 가치가 최 회장 경영 시기보다 선대회장 경영 시기에 더 많이 올랐다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상속재산의 성격이 더 강해지는 셈이다. 혼인 전부터 부부가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 부부 일방이 상속·증여·유증으로 취득한 재산 등은 특유재산으로서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 측 반박이 나온 직후 오류를 인정, 판결문을 경정하면서 사실상 판결에 흠집이 난 셈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8년 대한텔레콤의 가치를 100원에서 1000원으로 수정했지만 판결 결과는 그대로 유지해 논쟁이 지속됐다.
◇늘어난 최태원 회장 기여 비교기간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2부는 18일 이례적으로 '17일자 판결 경정에 관하여'라는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경정은 최 회장의 경영활동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해 발생한 계산오류를 바로잡은 것이지, 재산분할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항소심 재판부는 "2009년 11월(SK C&C 주식 가치) 3만5650원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인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1998년 1000원의 가치였던 대한텔레콤이 재산분할 기준시점인 올해 4월 16일 당시 주당 16만원인 SK㈜ 주식으로 변모, 최 회장의 재임기간인 26년 동안 약 160배의 가치상승이 이뤄져 선대회장(125배)보다 기여도가 큰 만큼 결론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최 회장이 '승계상속형'이 아닌 '자수성가형' 사업가에 가깝다는 취지인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판결에서 오류가 발생해 다시 다퉈볼만한 쟁점이 발생한만큼 파기환송하거나 사실관계를 다시 따져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기여도 판단을 위한 주가의 마지막 기준점 변경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기존 항소심 판결문은 SK C&C 상장시점인 2009년 11월 11일을 기준으로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도를 비교했지만 설명자료에서는 기여도 산정 시점을 올해 4월 16일까지 26년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이러한 논리를 견지하려면 판결문을 2024년까지 비교 기간을 늘리도록 추가 경정을 할 것인지 궁금하며,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추가해명을 요구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오류를 기초로 재산분할 지급을 결정했는데, 판결문 경정으로 기여도가 '125대 160'으로 바뀐 만큼 다시 따져볼 여지가 발생해서다.
이어 "재판부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실질적 혼인 관계가 2019년에 파탄났다고 밝혔는데, 2024년까지 기간을 연장해 최 회장의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혼인관계가 파탄난 이후의 시점인 2024년까지 기여도를 재산정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정된 항소심 판결은 이제 대법원에서 다투게 됐다. 최 회장은 상고장 제출기한인 오는 21일 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