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측 “300억원 유입된 바 없다”
상고로 사실 관계 규명 총력 쏟을 듯
상고로 사실 관계 규명 총력 쏟을 듯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세기의 이혼'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통해 29년만에 ‘노태우 비자금’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1조원 넘는 재산분할 선고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비자금 300억원’이 실제 SK그룹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구체적인 진실 규명이 요구된다.
1995년 당시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검찰의 노태우 비자금 사건 수사에서도 없었던 300억원이 이번에 등장하면서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의 ‘불씨’가 돼 1심을 정면으로 뒤집어엎은 격이 됐기 때문이다.◇‘비자금 300억원’ 단순 메모 한 장으로 증명할 수 있나
진실 규명 목소리는 노 관장 측이 SK 성장의 종잣돈이라고 주장하는 비자금 300억원의 흐름을 보여주는 정황을 담은 핵심 증거가 불충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이 제출한 어음과 메모 등을 ‘비자금 300억원’의 근거로 삼았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의 50억원 약속어음 실물 4장, 사진 2장과 함께 ‘선경-300억’이란 내용이 적혀 있는 메모다. 노 관장 측은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경 비자금 300억원을 사돈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넨 뒤 어음을 담보로 받았다”면서 “300억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등으로 쓰여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비자금 300억원’은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다가 이번 이혼 소송 과정에서 처음 등장하면서 단순 메모 한 장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SK측 “300억원 유입된 바 없다”…그룹 이미지 흠집에 당혹감
SK그룹 측은 300억원 비자금설이 국민 사이에서 ‘사실’로 여겨지는 부분에 대해 억울하단 입장이다. 이영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300억원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왔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300억원 비자금 들어왔다는 게 사실처럼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또 “1995년 비자금 조사 때 김 여사의 메모지에 나와 있는 비자금 내역은 수사 당시에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내용이다”고 못 박았다. 그는 “그 어느 누구도 지금 현존하는 사람은 보고 듣고 한 바가 전혀 없는 사실”이라며 “별도 절차가 있다면 양측 간, 당사자 간 소명이 좀 더 객관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공식적 입장을 밝혔다. 이번 2심 결과로 SK 내부에서도 진통을 겪고 있다. SK그룹이 비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이미지가 퍼지면서 그룹 임직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가 노 관장의 SK그룹 가치 증가와 경영활동 기여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70년간 이어진 SK 구성원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K측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를 결정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분할 선고를 뒤집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조계에서 비자금 300억원 진실규명 요구가 대법원에서 깊게 다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근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에서 증거 없이 사실관계를 추단하거나 추정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 살필 예정이다”며 “치명적인 오류와 관련해 분할 비율이 달라지면 파기 사유가 된다는 사실도 대법원 법리다. 그래서 사실관계에 관한 증거 체부에서 위법이 있는지 없는지, 증거 체부가 잘못됐다면 사실 관계가 달라지는지, 현 사실 관계에 의하더라도 재산 분할 비율이 달라질 수 있는지 없는지 등에 대해 주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