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전기차 일시적 수요 정체와 더불어 회복세를 보이던 리튬 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올해 2분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1t당 9만5500위안(약 182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10일 11만500위안(약 2110만원) 대비 14%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리튬 가격은 지난 2월 바닥을 찍은 뒤 중국의 채굴량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아 반등했다. 그러나 수요 부족에 빠지면서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리튬은 전체 이차전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인 핵심 소재다.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 등 광물 가격의 변동에 맞추어 배터리 판매 가격을 정해 원가 부담에 대응한다.
리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 이미 높은 가격에 구매한 리튬으로 만든 제품을 낮은 가격에 내놔야 한다. 원자재 가격은 높고 제품 가격은 낮은 '역래깅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앞서 배터리 기업들은 리튬 가격 상승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도 함께 올라 하반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리튬 가격 반등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러한 기대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업계에선 불황을 타개할 돌파구로 차세대 먹기리로 지목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주목하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로 꼽히는 ESS 시장은 2035년 110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9~2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유럽 2024' 전시회의 최대 화두도 단연 ESS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이번 전시회에서 ESS 관련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면서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 의지를 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택용 ESS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리튬·인산·철(LFP) 셀을 적용한 '엔블록 E'를 선보였다. 모듈식으로 최대 5개의 팩을 끼워 넣기만 하면 최대 15.5㎾h까지 용량을 늘릴 수 있고 사전 조립된 상태로 운송돼 15분 안에 설치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엔블록 E에 탑재하는 팩인 JF1은 개당 3.1㎾h의 용량을 갖췄다. 주택·상업·전력용 등 활용 범위가 넓은 데다 가격 경쟁력도 높아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발전소·송배전망 등에 등에 설치하는 중대형 ESS 제품도 함께 소개했다.
삼성SDI는 기존 제품 대비 용량과 안전성을 강화한 ‘삼성배터리박스(SBB)’ 1.5을 공개했다. 20피트 컨테이너에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삼원계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설치한 ESS 제품이다. 전략망에 연결하면 바로 쓸 수 있다. SBB 1.5 용량은 5.26㎿h로 기존 SBB 1.0(3.84㎿h)보다 37% 증가했다.
내부 공간의 효율화로 SBB 1.0 대비 34개 더 많은 154개의 배터리 모듈이 적재된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전력용 ESS 제품에 들어갈 배터리 라인업에 LFP 배터리를 추가하기로 했다. NCA 배터리와 함께 ‘투트랙’ 전략으로 ESS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유럽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13.7GWh에서 2030년까지 76.6GWh로 6배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 부진 여파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ESS 시장 공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