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 사유 아냐…사실 심리 문제있으면 파기사유”
“2심에서 사실관계 기준으로 이미 판결이 난 것”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전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인사의 화려한 배경과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분할 뿐 아니라 1심과 2심 항소심 판단이 '극과 극'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난 17일 최 회장의 기자회견과 이어진 '장외 공방'이 불을 지핀 형국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 판결과 관련,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재산분할에 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돼 상고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명백한 오류는 SK㈜의 모태인 대한텔레콤의 1998년 주가가 '주당 1000원'이었는데 재판부가 이를 '주당 100원'으로 잘못 입력해 재산분할 액수를 틀리게 계산했다는 것이다.
곧바로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 측 주장대로 주당 가격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설명 자료를 내며 이는 '사소한 오류'에 불과할 뿐 재산분할 비율 등 결론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전제가 되는 숫자가 틀렸기 때문에 재판의 결론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고대로 최 회장 측은 지난 20일 서울고법 가사2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은 최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까? 대법원 판단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는 가운데 법조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과 이혼하면서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조계에선 해당 재산분할 규모가 놀랍다는 반응이다. 항소심에서 노 관장에 좀 더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측은 일부 있었지만 액수가 파격적이라는 것. 이는 1심과 달리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SK㈜ 주식의 특유재산 여부, 위자료·재산분할 비율의 적절성 등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SK㈜ 주식이 자신의 특유재산이며,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았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산분할 1조원대의 판결에서 오류가 발견된 것만으로도 치명적"이라며 "기초가 되는 수치에 오류가 있는데 결론이 동일하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고, 사안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재산분할 비율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가정법원 판사·법무부 송무심의관 출신인 정재민 변호사 역시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판결 경정은 판결의 실질적 내용이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누가 봐도 명백한 사소한 누락, 오기, 계산 착오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이것은 경정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가능성도 언급됐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대법원이 법률심이라고 하지만 사실심에서 '채증법칙 위반', '심리 미진' 등 사실 심리를 제대로 못해서 잘못된 결론에 이르면 법률 문제가 되고 대법원이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파기환송해 사실심에서 사실 심리를 제대로 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A변호사는 "1‧2심은 사실심이고, 대법원은 법률심"이라며 "2심에서 노 관장의 '기여도'는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이미 판단이 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대법원에서 재산분할 비율 조정이 이뤄진다면 어떤 법리를 적용한 것인지 열심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이 변호사는 SK 측의 '중대한 오류'에 관한 내용이 단편적인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시점을 구분해 판결한 건 최 회장 측이 항소심에서 '승계상속형'과 '자수성가형' 사업가를 구분해 특유재산 인정 여부를 달리해야 하는 논지를 펼친 데 대한 반박성 설명에 지나지 않았는데, 중간 과정의 수치 오류를 심각한 사안으로 몰고 갔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산식 오류→잘못된 기여 가치 산정→자수성가형 사업가 단정→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재산분할 비율 확정'으로 이어지는 논리 흐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돈호 노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항소심은 노 관장이 혼인 기간 SK그룹의 성장에 이바지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최 회장 측에서 문제 삼고 있는 항소심 판결 경정에도, 최 회장의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보지 않은 항소심 재판부의 핵심주장을 깨지 못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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