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마약’ 펜타닐, 국내에서 10대도 처방 가능
의료인까지 합세한 에토미데이트 오남용 위험 수준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최근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처방이 크게 늘면서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대응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진통제·마취제·각성제 등 의료용으로 쓰이나,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관련 법은 마련돼 있지 않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까지 적발된 온라인 펜타닐 불법 판매 건수는 202건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건수만으로도 지난 2023년 한 해 62건 대비 3.2배 늘어난 것이다.
강력한 진통제인 펜타닐은 주로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됐지만, 강한 중독성과 부작용으로 ‘역사상 최악의 마약’이라 불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신체가 좀비처럼 굳은 펜타닐 중독자들이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면서 국가적 문제로 대두됐다.
학계와 관련 기관 등은 펜타닐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국내에서는 10대에게도 처방이 가능해 관련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해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은 10대는 383명으로 처방 건수는 2424건에 달했다. 또 올해 1∼4월 펜타닐을 처방받은 10대는 106명을 기록하며, 그 수가 쉽게 줄지 않고 있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도 오남용 사례가 적지 않다.
에토미데이트는 수면내시경 검사 등에서 전신마취제로 사용되는데, 환각성·의존성·중독성이 없다는 이유로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닌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상태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일부 의료인들이 에토미데이트를 불법적으로 판매해 돈을 챙기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차량으로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신 모씨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판매한 의사 A씨는 2019년 9월부터 4년간 총 8921회에 걸쳐 에토미데이트 4만4122ml를 팔아 12억541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얼마 전 마약 투약으로 입건된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한 병원 관계자 2명으로부터 에토미데이트 앰플 수천개를 불법적인 방식으로 구매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주의력집중장애(ADHD) 치료제 '콘서타'의 경우 소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취급받으며 과도한 교육열을 가진 부모에 의한 오남용이 우려된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콘서타 처방 건수는 △2019년(36만3763건) △2020년(44만1220건) △2021년(56만2042건) △2022년(79만7970건) △2023년(120만1701건) 등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처방 내역 중 10대·20대를 대상으로 한 처방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약 65.7%를 차지했는데, 지역별로는 서울이 43만907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중 강남 지역의 처방 건수가 15.1%로 가장 높았다. 전국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강남권 학부모들에 의한 자녀들의 콘서타 오남용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식약처의 ‘2023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국민이 1991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45만명이 증가한 수치로, 국민 2.6명당 1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것이다. 이에 맞춰 처방량은 18억9411만개로 전년 대비 2051만개 늘어났다.
장창현 정신건학의학과 전문의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의료용 마약류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노출되는 시간 속에서 이 약에 대한 의존성과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노출될 경우 신체적·정신적으로 약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가급적 의료용 마약류를 이용하지 않고, 생활 관리와 비마약성 약물 및 치료의 도움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